유승민, '新보수' 깃발 공식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8일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균형발전을 추구해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한다”며 ‘신(新)보수’ 노선을 공식화했다.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보수적 가치를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는 보수”로 규정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심각한 양극화 때문에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기득권 세력과 재벌ㆍ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ㆍ중산층의 편에 서서 공동체를 지켜내겠다”고 역설했다.
그는 빈곤층과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거론한 뒤 “이런 어려운 분들에게 노선과 정책의 지향을 두겠다”며 “10년 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양극화 해소를 시대적 과제로 제시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통찰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특히 2012년 대선 공약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성하며 경제ㆍ복지정책의 궤도 수정을 주장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예산 대비 세수 부족이 22조2,000억원에 달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됐다”며 “134조5,000억원의 공약가계부를 지킬 수 없게 된 점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여야 간에 중부담-중복지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는 만큼 국민의 동의를 전제로 이 목표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별 효과도 없는 단기부양책에 막대한 재정을 낭비해선 안된다”며 “장기적 시야에서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데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원내대표는 재벌 개혁과 법인세 인상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재벌ㆍ대기업은 정부의 특혜와 국민의 희생으로 오늘의 성장을 이룬 만큼 천민자본주의 단계를 벗어나 비정규직과 청년실업과 2,3차 하도급업체의 아픔 해결에 자발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과 자산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 하에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고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세금에 대한 합의에 노력해야 한다”며 세금ㆍ복지 문제에 관한 야당의 대타협기구 설치 제안을 수용했다.
새정치연합의 ‘소득주도 성장론’과 관련, 유 원내대표는 “옳고 그름을 떠나 야당이 성장의 가치를 말하고 보수가 복지를 말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 우리 정치의 진일보”라며 “이 같은 변화 속에 국가의 미래를 위한 고민과 진정성이 담겨 있는 만큼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가 밝힌 세금ㆍ복지 문제, 경제정책 및 재벌 개혁 기조 등은 청와대ㆍ정부는 물론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다수의 입장과도 적잖은 차이가 있어 향후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관악을 재보선 지원활동 중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같이 고민하자는 문제제기로 당의 방침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 원내대표는 다만 안보 이슈와 관련해서는 “정통보수의 길을 확실하게 가겠다”면서 “북핵과 사드, 천안함 폭침,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등 국가안보의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해 분명한 입장과 행동이 있어야 한다”고 새정치연합을 압박했다. 이에대해 박완주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이 국회 브리핑을 통해 “유 원내대표의 진단은 옳았지만 처방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말뿐이어서는 안 된다”고 했으며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도 “개인 의견이 아닌 당론으로 명확히 하는 책임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