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총리,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격" 일본 아베 정면비판
이완구 국무총리는 7일 일본 정부가 올해 외교청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데 대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름을 언급하며 “이장폐천(以掌蔽天)”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라는 뜻의 한자성어를 인용해 일본 정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 총리는 이날 세종총리공관에서 출입기자단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역사에 대해 의식을 갖고 살지만 과거를 덮을 순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엄연한 과거, 명백한 과거를 아베(일본 총리)가 손바닥으로 가리겠나. 과거사를 부정하고 은폐하는 게 오래갈 수 없다. 어찌 오래 가겠나. 진실이라는 게 있는데”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이 총리는 또 일본의 왜곡된 역사 교육을 문제삼으면서 “저런 식으로 교육해서 미래 세대에게 바람직한 한일관계를 기대할 수 있느냐”라며 “역사의식에 대해 일본 지도층에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누가 봐도 명백한 과거의 현실을 손바닥으로 덮으려 하고, 심지어 더 나아가서 독도를 일본 영토라 주장하는 건 정말 어떤 경우에도 받아들일 수 없는 역사 진실의 왜곡”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로서는 어떤 경우에도 받아들일 수 없는, 말하나마나한 것이다”라면서 “미래 세대가 잘못된 역사관, 잘못된 인식을 가질까 걱정스럽다.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 한일관계 "전시 상황처럼 심각"보도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지금보다 더 나쁠 수 있을까.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칼럼에서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를 두고 '세계대전의 한복판에 놓인 것 같다'고 묘사했다. 이날 WP의 프레드 하이아트 칼럼니스트는 '전시(戰時)의 유령'이라는 제목으로 '한국과 일본의 미래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과 유럽 지도자들이 과거사 문제를 마주하고 화해함으로써 유럽연합(EU)을 이룬 것과 달리, 동북아시아에선 이 같은 역사적인 화해를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WP는 구체적으로 여러 외교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한·일 관계의 심각성을 끄집어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니컬러스 에버슈타트 연구원은 "(한·일 관계를 보면) 지금이 세계대전 중인지, 아니면 전후 시기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겠느냐"면서 한·일 관계가 전시인 것처럼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커트 캠벨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상황이 얼마나 더 나빠질지 확신할 수 없다.
이 상황은 두 나라는 물론 미국에도 해를 끼칠 것"이라고 했다. 지금처럼 한국과 일본 사이가 나쁘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는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외교정책도 별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오는 26일 미국을 방문하지만, 주변국과의 갈등 해소보다 미·일관계 회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입장에선 한국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WP는 한·일 관계가 '유럽의 반성과 결단'과 전혀 다른 배경을 갖는 것이 양국 정상의 가계(家系) 문제에 있다고 봤다. WP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과거의 포로일지 모른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시 일본군에서 복무한 전력이 있고, 재임기간인 지난 1965년 한·일 국교를 정상화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에 너무 관대했다는 비판을 받는 점 등을 끄집어 내 박 대통령이 일본에 '부드러운' 외교를 하기 꺼린다고 분석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