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물리학상, '라이고/비르고 협력단 연구진 3명‘ 수상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라이고/비르고 협력단'(LIGO/VIRGO Collaboration) 연구진 3명에게 주어졌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 '라이고/비르고 협력단' 소속 라이너 바이스(85)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명예교수와 배리 배리시(81) 캘리포니아공과대학(캘텍) 교수, 킵 손(77) 캘텍 명예교수 등 3명을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수상 이유는 아인슈타인이 1세기 전 주장한 중력파의 존재를 실제로 확인한 점이다. 미국 2곳에 탐지기를 둔 라이고(LIGO)는 미국이 주도하는 중력파 관측단이며, 이탈리아에 탐지기를 둔 비르고(VIRGO)는 이탈리아·프랑스·네덜란드·폴란드·헝가리 주도의 중력파 관측단이다.
라이고 연구진은 지난해 2월 공간과 시간을 일그러뜨린다는 '중력파'의 존재를 직접 측정 방식으로 탐지했다고 발표했다. 중력파의 간접 증거가 발견된 적은 있었으나, 직접 검출이 이뤄진 것은 인류 과학 역사상 처음이었다. 중력파는 질량이 매우 큰 블랙홀과 같은 물체들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시공간이 일그러지는 파동으로, 아인슈타인이 꼭 100년 전인 1916년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예측한 바 있으나 지구에 도달하면서 세기가 극도로 약해져 검출하기 어려웠다. 이 같은 중력파를 관측으로 입증한 이 발견은 우주 탄생을 이해하는 데 큰 구멍을 메워 줄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학 발견 중 하나로 꼽힌다.
노벨위원회는 '중력파' 확인은 "세계를 흔들었던 발견"이라면서 수상자들은 40여 년간의 노력 끝에 마침내 중력파를 관측하는 데 성공해 완전히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열었으며 천체물리학에서 혁명을 이뤄냈고 평가했다. 라이고 연구진이 처음 중력파를 탐지한 것은 2015년 9월 14일이다. 당시 발견된 중력파는 태양 질량의 36배와 29배인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이 지구로부터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충돌해 합쳐지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라이고 연구는 1980년대에 바이스 명예교수와 손 명예교수, (故) 로널드 드레버 캘텍 명예교수가 중력파를 검출하는 수단으로 처음 제안했다.
이후 40년에 걸쳐 20여 개국 출신 1천여 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공동 프로젝트로 발전해 중력파 확인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바이스 교수는 1932년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로, 1970년대에 중력파 관측을 방해하는 배경 노이즈를 극복할 수 있는 초정밀 레이저 간섭계를 설계해 중력파 탐지의 주춧돌을 놓았다. 배리시 교수는 1936년 미국 태생으로, 라이고에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업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손 교수는 1940년 미국에서 태어났으며 최고의 천체물리학자로 인정을 받아온 인물이다. 물리학 이론에 기반을 둔 영화 '인터스텔라'의 과학고문으로 활동하는 등 과학과 대중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데도 힘썼다.
바이스는 이날 노벨위원회와 한 전화통화에서 수상소식을 전해 듣고 "(함께 고생한) 연구진 1천명의 성과를 인정한 것이라고 여기겠다"며 "그것은 40년에 걸친 아주 헌신적인 노력이었다"라고 밝혔다. 손 교수도 AP통신 인터뷰에서 "이번 수상은 인류 전체의 승리"라며 "중력파는 향후 몇 년, 몇십 년이 아니라 몇 세기간 인류가 우주를 탐사하는 데 있어 강력한 방법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올해 노벨상 부문별 상금은 900만 크로나(약 12억7천만 원)다. 이날 노벨위원회가 수상의 50%를 기여했다고 밝힌 바이스가 상금의 절반을 받고, 배리시와 손이 각각 25%씩 받게 된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전날 생리의학상(제프리 C. 홀 등 3명·미국·'생체시계' 연구)에 이어 발표됐으며 오는 9일까지 화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등이 차례로 발표된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