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섬 ‘아궁 화산’ 분화조짐, 3만4천명 대피
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최고봉인 ‘아궁 화산’이 조만간 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대피행렬이 시작됐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은 24일 현재 약 3만4천명의 주민이 아궁 화산 주변 위험지역을 벗어나 임시 대피소에 수용됐다고 밝혔다.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BNPB 대변인은 "대피 절차를 진행 중이며, 대피하는 주민의 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아궁 화산이 위치한 발리 카랑아셈 리젠시(군·郡)에는 40만8천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이중 대피구역 내에 사는 주민은 2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인도네시아 재난당국은 지난 22일 오후 8시 30분을 기해 아궁 화산의 경보단계를 전체 4단계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위험'으로 높이고 분화구 반경 6.0∼7.5㎞였던 대피구역을 반경 9.0∼12.0㎞로 확대했다. '위험' 단계는 언제든 분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아궁 화산 지하에서는 하루 수백차례씩 화산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화산지질재난예방센터(PVMBG)에 따르면 아궁 화산의 지진은 19일 447차례, 20일 571차례, 21일 674차례, 22일 705차례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23일부터 발생 빈도가 줄고 있지만, 강도는 오히려 강해지는 추세다.
24일 새벽에는 화산 주변에서만 느껴지는 규모 3.3∼3.5의 비교적 강한 지진이 관측되기도 했다. 카스바니 PVMBG 소장은 "현재로서는 분화 시점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분화가 임박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발리 현지매체인 트리뷴 발리는 이날 아침 아궁 화산의 분화구를 통해 가느다란 연기가 정상에서 200m 높이까지 솟아오르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또, 최근 수일간 원숭이와 뱀 등 야생동물이 산에서 내려와 도주하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아궁 화산이 마지막으로 분화했던 1963년에도 비슷한 전조가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에는 화산 분출물이 상공 1만m까지 솟는 대폭발이 일어나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변 지역 주민 1천100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에 인도네시아 당국은 주민과 관광객을 위한 마스크 50만개를 준비하고, 화산 분화로 공항이 폐쇄될 경우를 고려해 비상 대응 체제를 구축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당국자들은 이번 사태가 발리 섬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아궁 화산은 발리 섬의 중심도시인 덴파사르와는 약 45㎞, 응우라라이 국제공항과는 약 58㎞ 떨어져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남부 쿠타 지역과의 거리는 60㎞ 이상이다.
수토포 대변인은 "발리 관광은 안전하다. 발리가 아궁 화산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는 잘못된 뉴스를 퍼뜨리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호주와 싱가포르는 자국민에게 아궁 화산에 접근하지 말 것을 권하는 여행경보를 발령하고 발리를 드나드는 항공편이 불시에 취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역시 "동포와 여행객은 아궁 화산 주변으로 절대 이동하지 말라"면서 "긴급한 용무가 아니라면 가급적 위험이 사라진 이후로 여행 일정을 조정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