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일 핵무장 용인론’ 번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이 대선 기간 언급해온 한일 핵무장 용인론을 번복하고 나섰다. 트럼프 당선인은 13일(현지 시간) 트위터에서 “뉴욕타임스(NYT)는 내가 ‘더 많은 나라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얼마나 부정직한 이들인가. 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동맹국 핵무장에 대한 과거의 허용 태도와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대선 때 논란을 일으킨 ‘한일 핵무장 용인론’을 번복, 그가 내놓은 한반도 방위 구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는 한국 핵무장론을 조기에 진화하고 방위비 증액 요구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13일 발언은 자신의 외교정책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하다고 지적한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반박하는 가운데 나왔다. “내가 ‘더 많은 나라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뒤집은 것이다.
그는 TV 토론 과정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한일 핵무장 용인론을 비판하자 “거짓말이다. 나는 그런 식으로 말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3월 25일 NYT 인터뷰에서 한일 핵무장 허용 가능성을 묻는 말에 “어떤 시점이 되면 논의해야만 하는 문제이며 미국이 지금처럼 약한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한국과 일본은 어쨌든 핵무장을 하려고 들 것”이라고 말했다.
3월 29일 CNN 주최 타운홀 미팅에서도 “북한도, 파키스탄도, 중국도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는데 일정 시점에서 일본과 한국이 북한의 ‘미치광이’(김정은)에 맞서 자신들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면 미국의 형편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일이 자체 핵무장에 나서면 미국이 핵우산 등 억제력 제공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그의 비즈니스 마인드에 따른 것이다. 이를 뒤집는 이날 발언은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 기조 중 하나인 핵 비확산을 정면으로 거슬러 워싱턴 정가에서 “트럼프는 외교를 잘 모른다”는 인식이 퍼지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 트럼프’가 아닌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향후 정책으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대선 후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 미-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등 일부 주요 공약에 대해 이전보다 후퇴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가 정권 인수 과정을 거치며 내놓을 구체적인 아시아 안보 구상을 들여다 보아야 하지만 이날 발언은 미군의 핵우산 제공을 축으로 하는 한미일 안보동맹 체계를 큰 틀에서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경제 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사실상 폐기한 상황에서 한미일 동맹 축까지 흔들 경우 아시아권에서 중국의 굴기(굴起)를 제대로 견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론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연합 방위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를 더 내라고 한국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 측의 피터 후크스트러 전 연방 정보위원장은 지난달 기자들에게 “방위비 분담금 이슈에 대해서는 한일과 협상해 나갈 것이며 공평한 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게 트럼프의 인식”이라고 강조한 적이 있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