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언론들, 대선 1차 TV토론 힐러리 승
미국 CNN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언론은 26일(현지시간) 열린 첫 대선 TV토론의 승자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꼽았다. 여론조사도 일단 힐러리 클린턴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토론 직후 이날의 승자와 패자를 분석한 기사에서 힐러리를 승자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패자로 평가했다. WP는 "힐러리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보다는 훨씬 나았다"면서 "트럼프는 이번 토론에 충분히 준비돼 있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또 트럼프에 대해 "그는 자신의 지지자들에 대해 힐러리가 '개탄스러운 집단'이라고 해 비난받았는데 그것조차 거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을 거의 꺼내지 않았고 '정직'과 '신뢰' 등의 말은 한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힐러리의 약점을 파고들지 못했음을 강조했다. WP는 이날 '첫 토론이 대통령에 알맞은 후보는 단 한 명이라는 점을 입증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현실에 대한 삐뚤어진 관점을 무식하게 내세우고, 격앙된 문장으로 스스로 자격이 없음을 증명한 후보를 낸 공화당 경선은 실패했다"며 트럼프를 혹평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결점이 있지만 아는 것이 많고 자신감 있고 침착한 정치인을 후보로 선출했다"며 힐러리의 손을 들어줬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힐러리가 국가 안보와 젠더 현안에서 토론을 지배했다"며 "힐러리는 유권자들에게 핵무기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를 믿을 수 없고, 트럼프가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고 평가했다. NYT는 사설에서 트럼프를 두고 "한 후보가 정직한 발언을 한 게 아무것도 없어 토론에 근본적인 불균형이 있었다"며 "트럼프는 토론이 진행될수록 더욱 침착하고 준비된 상대방과 씨름하느라 애썼다"고 분석했다. 이어 "90분은 기적이 일어났더라도 트럼프가 실수를 만회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힐러리가 트럼프에게 덫을 놓아 토론에서 이겼다"며 "트럼프는 '미끼를 물지 않는 것'만 따르면 됐는데도 번번이 힐러리의 공격을 허용했다"고 평가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정치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캐슬린 홀 제이미슨은 "힐러리가 트럼프를 공격할 때마다 트럼프는 미끼를 물었고, 그 공격에 대한 트럼프의 반응은 강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CNN방송은 여론조사기관인 ORC와의 공동으로 TV토론 시청자를 상대로 실시간 여론조사를 한 결과 전체적으로 클린턴이 잘했다는 응답이 62%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잘했다는 답변은 27%에 그쳤다.
세부 항목별로도 힐러리가 월등히 앞섰다. 주요 현안 이해도에서 힐러리는 68%를 받았지만, 트럼프는 27%를 얻는 데 그쳤다. 또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누가 더 적합하냐는 질문에도 힐러리가 67%, 트럼프가 32%를 각각 얻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43%에 그친 반면 '그렇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 응답자는 55%에 달했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민주, 공화, 무당파 전문가들 가운데 과반이 첫 TV토론의 승자를 힐러리로 꼽았다고 전했다.
트위터에서 이뤄진 TV토론 관련 대화에서 트럼프와 클린턴의 점유율
그런가하면 토론 중 인터넷 상에서 더 많이 언급된 것은 트럼프였다. 트럼프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이뤄진 TV토론 관련 대화에서 각각 79%, 62%의 점유율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긍정적인 언급과 부정적인 언급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구글의 검색어 분석 시스템인 구글트렌드에 따르면 TV토론 전에는 대부분 주에서 트럼프를 검색한 횟수가 우세했으나, 토론 후에는 힐러리가 모든 50개 주의 검색 횟수에서 트럼프를 앞섰다. 미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는 "아직 토론에서 누가 이겼는지는 모른다"며 힐러리가 승리했다는 섣부른 판단에 선을 긋기도 했다. 토론 직후 이뤄지는 각종 여론조사에는 목소리 큰 소수의 의견만 반영되기 쉽고 전체 여론을 파악하지 못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허핑턴포스트는 설명했다.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