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클린턴 재단’ 로비창구 드러나
미국의 ‘클린턴 재단’은 결국 로비 창구였는가?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국무장관 시절 e메일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남편 빌과 함께 클린턴 일가가 설립한 인도주의 지원기관인 클린턴 재단이 외국 정부, 특히 중동 국가들의 로비 통로였음을 보여주는 e메일들이 나왔다. e메일 스캔들이 클린턴 재단 쪽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미국의 보수파 시민단체 ‘사법감시’는 22일(현지시간) 클린턴재단 직원 더그 밴드가 바레인 왕세와의 면담을 성사시켜달라며 힐러리 클린턴의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후마 애버딘에게 부탁하는 내용이 담긴 메일을 공개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측근인 밴드는 2009년 6월 애버딘에게 보낸 메일에서 살만 빈 하마드 바레인 왕세자가 이틀 일정으로 워싱턴을 방문하는데 클린턴과 만나기를 급히 원한다며 살만 왕세자를 “우리들의 좋은 친구”라고 칭했다. 애버딘은 이틀 뒤 “정상적인 채널로” 면담 제안이 이미 오갔고, 성사됐다는 사실도 왕세자 측에 통보했다고 밴드에게 귀띔을 해줬다.
바레인은 수니파 왕정이 국민 다수인 시아파 주민을 억압해 인권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미군 기지가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냉대할 수는 없는 나라다. 2011년 ‘아랍의 봄’ 때 바레인에서도 시위가 일어나자, 미국의 묵인 속에 사우디아라비아가 탱크를 보내 진압했다. 클린턴 재단은 바레인 왕실로부터 5만 달러 이상을 기부받았다. 이런 복잡한 사정 속에 청탁 메일이 오갔던 것이다. 밴드는 앞서 레바논계 나이지리아인 사업가와 국무부 레바논 담당자의 연결을 부탁한 메일을 보낸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또 2009년에는 범죄 전과가 있는 영국 축구선수의 비자발급을 애버딘에게 부탁했으나 이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재단 직원들과 지지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단은 더이상 기업과 외국 정부의 기부를 받지 않을 것이며 자신도 재단 이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턴 캠프는 의혹에 일일이 해명하는 대신, ‘사법감시’가 우파 단체임을 부각시켰다. 클린턴 캠프의 조시 쉬워린 대변인은 “사법감시는 1990년대부터 클린턴 일가의 뒤를 캐온 우익 조직”이라며 “이 단체가 아무리 문서들의 성격을 왜곡한들,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서 재단 기부 때문에 움직인 적이 없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당장 공격에 나섰다. 트럼프는 클린턴재단을 “미국 정치사상 가장 부패한 기업”이라며 인권 후진국으로부터 걷은 기부금을 돌려주고 재단의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클린턴 재단의 부적절한 로비 활동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를 촉구했다. 사법감시는 법원의 판단을 거쳐 계속해서 클린턴의 미공개 메일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