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경제제재 해제-다시 불붙은 중동 패권경쟁
이란은 16일(현지시간) 시행된 경제제재 해제를 지렛대 삼아 새로운 '중동 대국'으로 발돋움하는 길을 열게 됐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같은 기존 중동 강국들은 이란과 향후 지역 패권을 놓고 힘겨루기에 나설 것으로 보여 해제 결과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재 해제로 이란은 막혔던 돈줄인 원유·가스를 수출할 수 있게 돼 경제적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이란 원유 매장량은 확인된 것만 세계 4위인 데다 천연가스도 러시아와 1위를 다툴 만큼 풍부하다. 게다가 8000만명에 이르는 내수 시장은 단일 국가로선 중동 내 최대다. 경제 제재가 풀린 데다 미국과 화해모드로 인해 이란이 머지않아 중동 지정학적 구도에 파란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이란 '급부상'에 누구보다 매서운 시선을 보내는 건 사우디다. 양국은 종교에서 정치, 경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접점에서 적대관계에 있다. 사우디는 수니파 종주국으로서 시아파 대표인 이란과 종교적 대척점을 이룬다. 게다가 지난 2일 사우디에서 이란 시아파 지도자를 처형했고, 성난 이란이 사우디 대사관 습격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정치적 긴장도 최고 수준이다.
이후 양국은 외교·교역관계를 단절했다. 여기에다 이란이 본격적인 원유 수출까지 나서면 경제 분야에서도 양국 간 경쟁은 격화될 전망이다. 이스라엘도 '강성 이란'을 경계하는 한 축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제재 해제 당일 공식성명을 내고 "핵 합의 이후에도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야심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향후 적절한 조치가 없다면 이란은 반드시 협상을 어길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란은 여전히 중동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며 전 세계에 공포를 퍼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4일 "서로 험악하던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관계가 이란에 대한 공통의 적대감을 토대로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말에는 이스라엘이 사우디와 같은 수니파인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외교공관을 처음 개설한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이란은 거꾸로 사우디와 친밀관계에 있던 서방 세계에 러브콜을 보내며 대응하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