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해군 억류, 케리 전화로 풀어
이란 혁명수비대의 미군 경비정과 병사 억류가 오히려 핵협상의 효과를 부각하는 기회가 됐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12일(현지시간) 자국 영해를 침범했다며 미 해군 경비정 2척과 병사 10명을 억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적으로 이목이 주목됐다. 이란의 순조로운 핵합의안(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이행에 따라 대(對) 이란 경제 제재 해제가 임박했다는 언급이 나오던 터라 이 돌발 변수로 자칫 미국과 이란의 해빙무드가 순식간에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걸프 해역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30%가 오가는 요지인데다가, 이란 해군은 물론 미국, 프랑스의 항공모함 2척과 미 해군 8함대 기지가 몰린 탓에 언제든지 화약고가 될 수 있는 예민한 곳이다. 이런 지정학적 이유로 이란과 미국은 이곳에서 종종 군사적 긴장을 빚곤 했다. 하지만, 우려는 만 하루 만에 급반전됐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 해군이 고의로 영해를 침범하지 않았다면서 이튿날 오후 바로 이들을 석방했다. 영해 침범에 대한 사과가 있었느냐에 대해 양측의 간접적인 설전이 다소 오가긴 했으나, 이렇게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사건이 해결된 것은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외교 채널이 모처럼 가동된 덕분이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2일 미 해군의 나포 보고를 받자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과 5차례 전화를 걸어 하루 만에 전격 석방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케리 장관은 12일 억류 직후 언론에 자리프 장관에 직접 전화를 건 사실을 밝히면서 "자리프 장관이 신속히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핵협상의 주역인 두 장관은 이번 결과에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다. 이란의 석방 발표 직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평화적이고 효율적으로 이 문제가 풀린 것은 미국을 안전하게 강하게 하는데 외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증거"라고 적었다.
케리 장관이 이 글을 올린 지 30분 정도 뒤 자리프 장관은 개인 트위터 계정에 "위협과 충동 대신 대화와 존중을 보게 돼 기쁘다"며 "미 해군 문제가 신속하게 풀린 사례를 교훈으로 삼자"고 화답했다. 마침 이날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의 JCPOA 해제가 시작되는 '이행일'(Implementation Day)이 이르면 16일 또는 17일 선언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시아파 처형에 이은 이란과 단교 선언으로 사우디와 이란의 대치가 첨예해지는 미묘한 상황에서 터진 미군 억류 사건을 이란이 매끄럽게 처리하면서 국제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리는 부수 효과도 얻게 될 전망이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