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쪽배'에 먼저와 좋은 자리 차지…늦기 전에 타길"
김계관, '유훈' 거론하며 '비핵화' 강조한 배경도 주목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차대운 특파원 = 북한당국이 '6자회담' 10주년을 맞아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반관반민 형태의 세미나에서 보여준 비핵화에 대한 태도는 다수 전문가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북한은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져들게 된 것은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이 북한의 비핵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다른 약속은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또 대화를 원한다면 '전제조건'은 달지 말라고 못박았다.
특히 중국과 북한은 이 자리에서 한국, 미국 등을 향해 이구동성으로 조속한 '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모습을 연출, 또다시 양측이 '공조모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한 기조연설에서 "(비핵화) 대화에 전제조건을 거는 것은 그 자체가 신뢰를 개선하고 불신을 야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어 6자회담이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 것은 9·19공동성명에 따른 의무와 공약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북한의 핵포기만 부각해온 '일부 참가국' 때문이라며 회담 공전의 책임을 한국과 미국 등에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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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6자회담 세미나'서 연설하는 北김계관
9·19공동성명은 북한의 핵포기를 단계적으로 명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는 국가관계 정상화, 에너지 보상, 평화체제 수립 등의 많은 약속이 담겨 있는데 미국 등은 오로지 북한의 핵 포기에만 매달렸다는 것이다.
김 제1부상은 "(그 과정에서) 결국 더는 우리만 일방적으로 자기 의무에 매여 있을 수 없게 됐다"며 제3차 핵실험을 비롯한 일련의 핵개발 프로그램이 정당한 조치였다는 점까지 은근히 부각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번 행사에 이례적으로 김 제1부상과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을 함께 보냈다는 점에서 '깜짝 제안'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돌았지만, 적어도 김 제1부상의 이런 발언들은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6자회담 등에 대한 북한의 태도에 대해서는 주목할 만한 대목이 적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제1부상은 "6자회담은 핵문제 해결의 중요한 외교적 공간"이라며 "우리는 6자회담을 지지하고 있고 6자회담이든, 그 틀 안에서의 더욱 작은 규모의 대화든 현실에 구애되지 않고 대화해 나갈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6자회담 쪽배를 다시 출항시킬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는 그 쪽배에 먼저 와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다른 참가국들도 늦기 전에 이쪽 배에 타길 바란다"며 여유 있는 농담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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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6자회담 세미나'서 연설하는 北김계관
김 제1부상의 이 발언들 속에는 이른바 회담의 '전제조건'을 수용할 수는 없지만, 회담이 재개되면 그 안에서 관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논의해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제1부상은 특히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북한이 여전히 비핵화 의지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은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기하고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하며 스스로 '핵보유국'이라고 선전하기 시작한 뒤로는 좀처럼 '비핵화 유훈'을 거론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서 가장 주목을 끈 것은 중국과 북한이 이번 세미나에 비중있는 6자회담 당국자들을 파견하지 않은 한·미·일 등을 향해 조속한 회담재개를 촉구하며 끈끈한 '공조모드'를 취했다는 점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개막사에서 "6자회담은 (유관) 각방의 소통과 관계 개선을 위한 중요한 플랫폼"이라며 ▲마주보고 정세를 논하자 ▲여건을 조성해 조속히 회담을 갖자는 등의 제안을 내놨고, 김 제1부상은 직후 진행된 기조연설에서 "이미 (6자회담 재개) 쪽배를 탔다"며 왕 부장의 촉구에 호응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 줄곧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온 북중 양국이 한 목소리를 낸 장면을 좀처럼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는 양국이 앞으로 북한의 비핵화 문제 등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호흡을 맞춰나가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18 16:2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