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아베 체제 속 强 대 强 대치 계속될 듯
(베이징=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작년 9월 11일 일본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국유화 조치 이후 급랭한 중일 관계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중국과 일본에서 모두 대외적으로 강경한 외교 정책 노선을 펴는 것으로 평가되는 시진핑(習近平) 체제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들어서면서 양국 간 접점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양국 정상의 발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시 주석은 지난 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장에서 아베 총리를 만나 "일본은 마땅히 역사를 똑바로 보고 미래를 대하는 정신의 기초 위에서 양국 간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말로만 중일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할 것이 아니라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협상장으로 나오라고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9일 2020년 올림픽 개최지 결정 직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센카쿠) 열도가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우리 영토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언급, 중국 측과 확연한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 이후 양국 정상이 어렵사리 처음 대좌했지만 이처럼 견해차만 확인하는 데 그침으로써 센카쿠 사태의 장기화는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게 중론이다.
외교가에서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구호를 걸고 출범한 시진핑 체제와 "일본이 돌아왔다"를 외치며 자존심 회복을 앞세운 아베 정권이 공존하는 한 양국이 영토 갈등 해결책을 도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더욱이 군국주의 침략 역사를 노골적으로 부인하는 아베 총리의 우경화 행보는 일본 군국주의의 피해국 가운데 하나인 중국인들의 피해 의식을 자극, 중일 관계 회복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센카쿠 열도 해역의 긴장은 앞으로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본이 센카쿠 영유권 분쟁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가운데 중국은 지난 1년 동안 그랬듯 일본의 실효 지배를 무력화시키는 각종 '도발 카드'를 꺼내 들면서 일본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려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작년 9월 일본이 센카쿠 열도의 일부 섬을 국유화하자 곧바로 이곳에 자국의 영해 기선을 선포하고 해경선을 수시로 센카쿠 12해리 안에 들여보냈다.
또한 원양 훈련에 참가한 중국 해군 군함도 수시로 센카쿠 열도 인근 해역을 지나면서 유사시 정규군 전력이 투입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일본에 보낸 바 있다.
센카쿠 열도의 긴장은 해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지난 4월 일본 극우단체 회원들의 집단 접근에 반발, 센카쿠 인근 상공에 주력 전투기인 수호이(Su)-27, Su-30 전투기를 비롯한 군용기 40여대를 동시에 띄우는 강수를 뒀고 일본 자위대도 이에 대응하면서 일촉즉발의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아울러 중국 H-6 폭격기 2대가 8일 오키나와(沖繩) 본도와 미야코지마(宮古島.중국명 난샤오다오) 사이를 처음으로 통과해 동중국해와 태평양을 왕복 비행한 것도 일본을 향한 중국의 무력시위 성격이 짙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중국이 올해 과연 센카쿠 열도에 상륙할 것인지다.
중국 국가측회국(측량국)은 연내에 측량 대원을 센카쿠에 상륙시키겠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공개한 바 있다.
홍콩 등 중화권 민간단체 활동가들이 센카쿠 열도에 상륙했던 적은 있지만 중국 정부 기관원이 센카쿠 땅을 직접 밟은 적은 아직 없다.
이를 저지하려는 일본과 목표를 강행하려는 중국 사이에 격렬한 대치가 불가피한 형국이다.
이처럼 센카쿠 열도 영유권을 둘러싼 양국 간 긴장이 한동안 지속하겠지만 미국의 억지력 덕분에 무력 충돌이라는 극단적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미국은 여러 차례 센카쿠 열도가 미·일 방위조약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중국이 센카쿠에서 일본을 상대로 무력을 쓰려면 미국과의 일전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10 05:0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