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가르치는 유일한 학교 '정수리학교' 재직
(용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우크라이나에서 초·중·고교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
'정수리학교'로 불리는 이 학교는 쉬꼴라(1∼11학년) 형태로 설립된 '181번 학교'로 현지 고려인협회와 고려인 김릴랴안토노브나 시의원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1998년 개교 때부터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 학교의 재학생은 220명. 이 가운데 고려인 학생은 10여명에 불과하지만 한국어 전담교사가 4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 한 명인 고려인 3세 문라이사(35·여) 교감이 지난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로 고국을 찾았다.
문 교감은 재외동포재단이 지난 3일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 용인캠퍼스에서 5주간 실시하는 '독립국가연합(CIS)·러시아 지역 고려인 한국어 교사 초청연수'에 참가하고 있다.
문 교감은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려인 한국어 교사가 재교육을 받을 기회는 재외동포재단의 초청연수가 유일하다"며 "담당 교사들이 한국어 실력을 높일 수 있도록 재교육 기회를 더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어 담당 교사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독학으로 공부하는 실정"이라며 "초청연수도 좋지만 전문가를 파견해 현지에서 교사를 모아 재교육을 수시로 하는 것이 한국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부는 한류 바람 덕분에 이 학교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습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모르는 학생이 없을 정도예요.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죠. 학생들은 한국 음식, 노래, 역사, 문화 등 궁금한 게 많은데 선생이 아는 게 별로 없어 답을 못할 때가 있어 곤욕을 치르고 있어요. 인터넷을 뒤져가며 공부하는데도 한계를 느끼고 있어요."
이 학교에서는 지난 2011년부터 '한국어 올림피아드'를 개최하고 있다.
문 교감은 지난해까지는 교내 행사였지만 올해부터는 다른 학교까지 참여하는 지역 축제로 발전시킬 계획이라면서 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과 고려인협회도 이 행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교감은 지난 1998년 대학 3학년 때 1주일 동안 방한했다가 모국의 발전상을 보고 깜짝 놀라 자부심을 느낀 한편 한국말을 잘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워 그때부터 한국어를 독학으로 익혔다.
심페로플 국립대에서 영어로 석사까지 마친 후 하리코프 은행대학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2002년 졸업과 동시에 정수리학교 영어교사로 부임했고, 2007년 재외동포재단 초청연수를 다녀와서 한국어도 가르치고 있다.
"이번 연수에서 가장 즐겁게 배우는 것이 '문화 수업'이에요. 민요, 한복 만들기, 한지공예, 종이접기 등 다양한 것을 배우고 있죠. 학교에 '무궁화 무용단'을 만들어 부채춤 등 전통무용을 가르치고 있는데 이번 연수가 도움이 많이 됩니다. 돌아가면 아이들에게 가르칠 것이 늘어 기뻐요."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11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