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터키에서 부는 한류나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에는 못 미치지만 한국에서도 터키어와 터키문화를 배우려는 이들이 점점 많아져 기쁩니다. 한 달 사이에 서너 차례 터키 관련 특강을 할 정도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이스탄불문화원의 후세인 이지트(36) 원장은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터키와 한국 두 나라 국민 사이의 감정은 60년 전 한국전쟁으로부터 2002 월드컵 등을 거치면서 형제처럼 친숙해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지트 원장은 2005년 유학생으로 와 대학원까지 마친 뒤 2011년부터 문화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스탄불문화원은 터키를 대표하지만 정부기구가 아닌 민간조직이다. 한국에서 15년 생활하며 한국여성과 결혼한 전 원장이 사재를 1998년 개원했다.
이지트 원장은 한국행의 동기를 묻는 질문에 "군인이었던 큰 삼촌으로부터 한국전쟁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호기심이 생겨 대학 졸업 후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 한국 유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영남대학교에 다니다 장학금을 받고 경북대 대학원으로 진학해 마케팅을 전공한 그는 지금 '문화 마케팅'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터키를 알리고 터키에는 한국을 알리는 일 모두 마케팅이지만 두 나라 관계가 깊어지면서 더 전문적인 마케팅 기법을 발휘해야 할 때가 오고 있다"며 웃었다.
이스탄불문화원은 문화원을 찾는 이들에게 터키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여성가족부나 유네스코, 서울과 수원 등지 청소년수련원과 함께 터키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하는 일이 많다.
이달에만 10여개 학교 학생들의 단체방문 일정이 잡혀 있고 내주에는 대학원 선배가 교장으로 있는 경상북도 내 모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두 차례 터키 특강이 예정돼 있다.
또 각 지방자치단체나 학교, 도서관 등에서 터키 관련 행사를 열면 터키 전통의상과 도자기 및 공예품 등 각종 전시물을 보내주기도 한다.
그가 부원장으로 재직하던 때인 2010년에는 1년에 열 곳 이상의 도시에서 터키 관련 전시회를 열었고 지난해 초부터는 내달 터키에서 열리는 경주-이스탄불 문화엑스포 준비로 계속 바쁘다.
이스탄불문화원에서는 또 '술탄과 황제'를 저술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 한국의 명사들을 초청해 월 2회 특강을 열고 있고 주말에는 학생이나 주부 또는 기업인들에게 터키어를 가르친다.
이지트 원장은 "터키에 부는 한류만큼은 안돼도 한국 청소년들 사이에 터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얼마 전 한-터키 FTA 체결로 터키에 진출하려는 기업인들도 터키어와 터키문화를 익히려 한다"면서 "최근 터키의 발전 속도로 보아 터키에 관심을 갖는 한국인들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에는 문화원에 터키 특강을 요청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고 이지트 원장도 한 달에 서너 번 특강에 나선다.
이지트 원장은 또 "터키에서 오는 이들에게 한국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두 나라 사이의 문화교류를 증진하는 의미에서 문화원 한켠을 '한국방'으로 꾸미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한국방' 한 쪽 벽에는 한국을 떠올리게 하는 문양의 벽지가 발라져 있었다.
그는 문화관광부나 서울시청 또는 강남구청의 지원을 받아 "좀 더 격조있게" 꾸밀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지트 원장은 또 "터키는 1천년 전부터 여러 민족이 함께 어울려 사는 다문화사회의 전형이어서 한국에게도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며 "이스탄불문화원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어 지나다 터키 홍차나 커피 생각이 나면 아무나 들러 쉬다 가도 좋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09 15: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