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 클래식기타 동아리 '예현' 기타 강습 재능 기부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동생 여러 명을 얻은 기분이에요. 요새는 만나면 '우리 똥강아지들'이라고 부른답니다."
4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서울여대 캠퍼스에서 만난 이 학교 정보보호학과 3학년 조우영(21) 씨는 얼굴 한가득 미소를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여대 클래식 기타 동아리 '예현'에서 활동하는 조씨는 다른 회원 5명과 지난해 봄부터 매주 토요일 한 지역복지관에서 기타 강습 봉사를 하고 있다.
이들이 가르치는 초등·중학생 15명 대부분은 가정 불화나 따돌림,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멀티미디어학과 3학년 이재경(21) 씨는 "저 역시 어렸을 때 좋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한 경험이 있다"며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며 다친 마음을 치유해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수업 초반 분위기는 그야말로 '썰렁' 했다. 아이들은 기타에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에게 등을 떠밀려 수업에 참여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은 기타 강습뿐만 아니라 함께 수다를 떨고 진지하게 진로 상담도 해주는 대학생 선생님들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1박2일 야영도 다녀왔다.
이씨는 "처음에는 게임을 하거나 장난만 치면서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 이제는 '쉬운 연습곡을 추천해 달라'며 먼저 말을 꺼낸다"며 "한 남자 중학생은 친구를 따라 우연히 수업에 왔다가 부터 계속 나오더니 장학금으로 개인 기타까지 사서 연주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이 같은 변화에 힘입은 예현 회원들은 지난해 말 아이들의 부모들을 복지관으로 초청해 연주회도 열었다.
"얼마 전 베네수엘라 빈민층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낸 이야기를 다룬 영화 '엘 시스테마'를 봤어요. 저희도 우리 아이들이 어려운 상황을 음악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04 04:3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