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의혹검증 너무 지나쳐”
“이렇게 심하게 상처가 난 상태로 국무총리 자리에 오른들 무슨 권위가 있고 힘이 실리겠습니까. 정말로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28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제기되고 있는 모든 의혹에 대해 철저히 그리고 정확하게 해명했는데도 사실과 다르게 국민에게 알려지고 있는 상황에 비애를 느낀다”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통과의례’ 아니냐는 평가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공격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땅 매입과 관련해서는 “증여세로 5억5000만 원을 넘게 내고 투기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벌써 팔아 치웠어야지…”라며 답답해했다. 그는 “2011년 세금을 떠안는 조건으로 증여를 받은 둘째 아들이 한꺼번에 돈을 낼 수 없어 10% 이자를 물어가면서 연부연납(年賦延納·장기분납제도)하고 있는데 세상에 이럴 수 있느냐”고도 했다.
이 후보자의 권유로 대장동 땅을 구입했다는 강모 씨에 대해서도 “일부 언론에 나온 것처럼 초등학교 동창도 아니고 고향이 같은 사람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자신은 충남 청양, 강 씨는 공주 출신이라는 것. 차남의 병역면제 의혹에 대해서는 29일 병무청에서 공개검증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장가도 안 간 서른네 살짜리 자식이 다리에 치명상이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고 얼굴까지 공개해야 하는 부모의 심정은 참담하다. 이렇게까지 해서 공직을 맡아야 하는지 회의가 든다”고도 했다.
이 후보자가 검증 공세에 강력한 불만을 토로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과거 경력 및 재산 등 공적인 기록은 당연히 검증 대상인데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우 서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본인이 문제가 없다면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성실한 해명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몫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이 후보자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로 오전에 출근하지 않은 채 자택에서 자료를 살펴본 뒤 오후 2시경에야 모습을 나타냈다. 그간 의혹이 제기되면 자료를 직접 제시하는 등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은 “(총리실) 관계자가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며 직접 해명에 나서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검은색 여행용 가방에 각종 영수증, 부동산 매매 계약서, 병역 관련 자료는 물론이고 장인, 장모의 입원기록 등까지 꼼꼼하게 보관해 왔다. 분실에 대비해 똑같은 서류를 복사해 다른 가방에 넣어 두었다고 한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