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가하락근거 물가 인하 유도-업계는 불만
정부가 28일 유가 등 국제 원자재가격 하락의 영향을 크게 받는 공공요금에 대해 지속적으로 요금인하를 유도할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한 주요 업계의 반응이다. 정부의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추진에 SK텔레콤, KT, LG U+ 이동통신 3사는 표면적으로는 "가계통신비 인하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지만 속내는 아쉬워하는 듯하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요금할인 등은 상당수 고객이 인지하고 못하고 있는 만큼 대리점·판매점 교육을 통해 활성화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통사 관계자도 "상품·서비스 경쟁을 통해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과도하게 통신요금 인하정책을 강조하는 데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과 정부가 시장경제에 반해 기업 경영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아쉬움이 있다"면서 "10여년 전부터 정부가 통신요금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는데도 매번 통신요금을 정부가 직접 인하할 수 있는 것처럼 대책회의 안건에 포함시키고 있어 국민에게 잘못된 인식만 심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정부가 개입할수록 통신시장은 경쟁이 둔화돼 궁극적으로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문제를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알뜰폰 업계는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한 알뜰폰업체 관계자는 "알뜰폰 활성화와 시장 정착을 위해선 더 실효성 있는 정책적 지원책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알뜰폰 사업자들이 흑자전환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지속적인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식품업계도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가공식품 가격조정에 대해 고개를 내저었다. 업계 관계자는 "콩이나 돼지고기가 원재료로 쓰이는 두부나 햄은 원자재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가공식품도 종류가 다양해 원자재가 제품마다 다르다"며 "원자재 가격 하락이 장기간 지속된다고 전망될 경우 가공식품마다 가격조정을 고려해 볼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현 시점에서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각기 다른 제품 가격을 조정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현재 유류할증료는 이미 국제유가 하락분을 반영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유류할증료란 전월 16일부터 해당 월 15일까지의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다음 달 1일부터 한 달간 적용된다.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항공유 현물시장 가격지표(MOPS)가 갤런당 150센트를 넘을 때마다 10센트 단위로 단계가 나뉘어 부과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할증료는 일정 기간 국제유가를 기준으로 반영되고 있어 현재 유류할증료 수준은 전월 9단계에서 3단계 떨어진 6단계 수준"이라면서 "유류가격 하락 영향으로 2월에는 2단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와 정유업계는 "지나친 시장통제"라는 반발이 거세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정부의 시장감시단이 매주 지역별로 최고가·최저가 주유소 가격을 공개한다지만 일부 극단적 판매 사례를 마치 전체인 양 호도할 여지가 높다"며 "얼마 안 되는 유통마진을 줄여서라도 정부가 원하는 가격을 맞춰야 한다면 결국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답답해 했다.
그는 "가뜩이나 업계가 저유가와 경쟁 심화로 어려운 시기에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시장 상황에 대한 대안 없이 통제만 강화하는 행태에 대해 입장을 정리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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