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안 지사 독주체제에 강력한 경쟁자로
[류재복 대기자]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박근혜정부 두 번째 국무총리 내정과 함께 일약 여권 유력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면서 안희정 충남지사와 함께 충청 대망론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현재까지는 새정치민주연합 안 지사가 사실상 충청 대망론을 이끌어 온 유일한 주자였지만, 이 전 원내대표의 총리 내정과 함께 여·야 ‘쌍두마차’ 체제로 본격 전환된 것이다.
이 전 원내대표가 총리에 내정된 것은 현재의 복잡한 정치적 역학구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각종 악재에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30%대로 떨어지면서 집권 3년차 진입시점부터 ‘레임덕’ 이야기가 도는 것은 물론, 미래권력인 김무성 대표가 ‘대권 드라이브’를 걸며 현재권력을 넘보고 있다는 점도 국정운영의 힘을 빼는 위협으로 본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으로서는 국정쇄신을 위한 위기돌파와 함께 김 대표의 대항마를 키워 당내 세력 간 힘의 균형을 맞춰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이완구 총리’ 카드를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경기도를 책임지고 있는 남경필을 불러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김문수·홍준표·원희룡 등 친이계나 색깔이 불분명한 인사를 밀수도 없기 때문이다. 유정복·김태호는 무게감이 다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이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총리 자리에 앉게 될 경우 ‘국정쇄신과 김무성 견제’라는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성공시켜야 하는 만큼 정홍원 총리에 비해 강력한 실권이 주어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리고 ‘이완구 총리’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역할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다음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충청권 공략’ 이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를 기점으로 연이어 터지고 있는 각종 인재는 물론 연금개혁·연말정산 문제 등으로 현 정부의 인기가 급락을 면치 못하면서 여권 내에서는 당장 ‘내년 총선 완패’에 대한 불안감마저 엄습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충청권에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4개 시·도지사를 모두 새정치연합에 내어준 만큼 새누리당으로서는 ‘총선·대선 수성’을 위한 전략이 시급해졌다. 특히 야권은 물론 지역 민심이 ‘충청 대망론’을 향하고 있는 안희정에 기대를 걸고 있는 시점에서 이완구를 ‘포스트 JP’(김종필)로 부각시킴으로써 흩어졌던 보수표심을 결집시키거나 최소한 충청도 민심을 양분하는 전략이 필요했던 것이다.
앞으로 ‘이완구 총리’가 여당 내 김무성 대표를 필적할 강력한 대권 후보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돼 보인다. 어찌됐든 충청권으로서는 이 내정자가 강력한 실권을 가진 총리 역할을 수행하면서 확실한 대권후보 반열에 오를 경우 안희정 지사와 함께 여·야를 넘나드는 ‘대망론’을 가질 수 있는 절대 호기를 잡게 됐다. 다만 안 지사로서는 ‘이완구 총리’ 등장으로 대권도전 시나리오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충청을 기반으로 야권세력을 결집해 대권으로 직행하려던 계획에 새로운 걸림돌이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당은 다르지만 일단 안방인 충청권에서부터 이완구 총리와 ‘맹주’자리를 놓고 인물경쟁을 펼쳐야 한다. 여기서 밀릴 경우 대권후보 지위도 위태로울 수 있다. 또 그동안 닦아놓은 민심이탈도 불가피하다. 우선은 내년 총선에서 이완구 총리와 안희정 지사가 어떤 리더십을 보이고, 또 어떤 성적표를 내놓느냐에 따라 ‘충청 대망론’의 향배도 윤곽을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