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건 수사 정치적 중립성 확보 시험대 올라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정치적 공정성·중립성 확보를 천명한 검찰이 박근혜 정부 들어 첫 시험대에 올랐다.
채동욱 검찰총장 취임 이후 첫 대형수사인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과 법무부간 이견 노출 상황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검찰과 '신중해야 한다'는 법무부 간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수사 지휘권 갈등 문제가 다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수사 진행 및 처리 방향을 두고 검찰과 법무부 간에 갈등 또는 대립 양상을 빚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검찰보고 사무규칙 상 법무부 장관은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을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은 이를 토대로 검찰에 재수사 또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수 있다.
검찰청법 8조(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에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다.
수사지휘권은 한동안 법무부와 검찰조직의 위계를 정하는 상징적 조항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2005년 당시 천정배 장관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며 헌정 사상 처음으로 지휘권을 발동하면서 법무장관의 지휘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이 사표를 내면서 사태는 마무리됐다. 그러나 정권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통해 검찰 수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파동이 일었다.
이후 임채진 검찰총장이 퇴임식에서 법무부 장관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잦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한다고 언급하면서 정권이 검찰수사에 수시로 '외압'을 행사하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원 전 국정원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불거진 현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일련의 검찰개혁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
이명박 정부에서 TK(대구·경북) 출신인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고려대 출신 한상대 검찰총장의 라인업이 꾸려진 뒤 검찰 수사가 정권에 편향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결국 사상 초유의 '검란(檢亂)' 사태의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검찰개혁의 단초를 제공했다.
박근혜 정부의 첫 번째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채동욱 총장은 취임 일성으로 "검찰 업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공정성임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검찰 개혁은 검찰의 정치적 공정성·중립성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사건 수사 결과에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할 경우 현재 추진 중인 각종 검찰 개혁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검찰의 위기감이 이번 갈등의 배경에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이번 수사와 관련해 장관의 지휘권 행사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도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하여는 통상의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보고해 오고 있으며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를 앞두고 조만간 발표될 검찰의 수사 결과가 과연 어떤 식의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04 11: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