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납품비리 암처럼 퍼질 것"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신고리 1·2·3·4호기와 신월성 1·2호기 원자로에 시험성적표가 위조된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 가동이 중단·연기됨에 따라 원전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차제에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원전 관리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특히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원자로 부품인 제어케이블은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자로의 냉각 등 안전계통에 동작 신호를 보내는 안전 설비 중 하나다.
이 부품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방사성 물질 차단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불러올 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8일 발표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제어케이블이 이들 6개 원자로에 설치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원전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에 엉터리 부품이 쓰였다는 것이다.
또 그간의 조사를 통해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들어간 부품의 시험그래프와 시험결과도 조작된 사실이 드러났다.
더구나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3·4호기에도 시험그래프 등 시험성적표의 일부가 위조된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위조 부품은 현재 가동 중이거나 정비 중인 원자로는 물론 건설 중인 원자로까지 가릴 것 없이 사용됐다.
부품이 해외시험기관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는데 검사를 맡은 국내 시험기관 직원이 1·2차 시험에서 성공한 것만 테스트하는 방식으로 조작했다.
국내 시험기관이 해외전문기관에 의뢰하기는 했지만, 그 성적서를 국내 시험기관 직원이 도로 받아 조작한 탓에 해외검증 테스트는 하나마나 한 일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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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국내 원자력발전소 가동 현황
-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기자 =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시험성적표가 위조된 불량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 중 가동중인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 원자로를 정지토록 했다. bjbin@yna.co.kr @yonhap_graphics(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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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도 영광(한빛) 원전 5·6호기에서 품질 검증서가 위조된 부품이 공급된 사실이 드러나 한동안 가동이 중단된 적이 있다.
당시 원안위 조사 결과 원전에 납품된 부품 가운데 12개 품목에 걸쳐 총 694개 부품의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고리 2호기와 영광 1·2·3·4호기에 납품된 180개 품목, 1천555개 부품의 시험성적서도 위조된 것으로 추가 확인되기도 했다.
최근 10년간 위조된 품질검증서나 시험성적서를 이용해 한수원에 납품된 원전 부품은 561개 품목, 1만3천794개에 달한다는 원안위의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렇듯 위조 부품 사용이 만연하면서 한수원 직원들이 납품업체로부터 수백만∼수천만원의 뒷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수사기관의 조사를 거쳐 최근 일부 직원들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먼저 납품된 부분이 몰래 빠져나갔다가 그대로 재납품되기도 하는 등 원전 부품 관리에 어처구니없는 허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업자와 공모한 내부 직원이 수리 또는 성능검사를 핑계로 부품을 몰래 반출해도 제대로 확인하는 시스템조차 없었다는 말도 나왔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는 "작년에도 지적했지만 과연 영광 원전에만 부품 문제가 있었겠느냐"며 "그때부터 미리미리 전수조사를 해서 심각성을 인지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미 몇 해 전에 원전 납품 비리가 암처럼 온몸에 퍼져갈 것이라고 지적한 적도 있다"며 "원전 운영자의 과신이나 자만을 걷어내야 한다. 모든 원전을 샅샅이 다 뒤지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표본조사라도 해서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28 14:4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