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美대사 피습 '종북' 공방
여야는 11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피습을 계기로 새누리당이 제기하고 나선 '종북'을 둘러싸고 공방을 이어갔다. 새누리당은 당 지도부가 나서서 박대출 대변인의 '종북숙주' 발언을 확대하는 한편 피의자 김기종씨와 야당 일부 의원들의 관계를 문제 삼아 문재인 대표의 유감 표명을 요구하는 등 공세를 퍼부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변인에 대한 국회 윤리특위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종북몰이'에 나선 새누리당 의원들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새정치연합은 이번 사건을 개인의 극단적인 일탈로 치부하면서 김기종과의 거리두기로 일관할 게 아니라 극단적인 종북세력과의 분명한 절교선언을 해야 한다"며 테러방지법, 사이버테러방지법의 무조건적 처리를 요구했다. 이 사무총장은 "새정치연합의 과거 행적을 보면 노무현 정부 때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며 엄청난 혼란을 줬고, 구 통진당의 19대 국회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도 제1 야당으로서 한마디 사과나 반성도 없었다"며 "김기종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하게 해 준 다수의 야권 인사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대표에게 "당내 김기종과 관련 인사가 있는지 점검하고, 종북세력과 연계되거나 비호하듯 오해받지 않도록 국민 앞에 스스로 밝혀야 한다"며 "20대 총선에서 과거 종북주의 행적을 했던 인사에 대한 공천 배제도 심도 있게 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심재철 의원도 "야당 의원들은 김기종과 함께 국회에서 세미나를 열거나 기자회견을 했는데도 '기억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해줬다'고 발뺌하면서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고 있다"며 "구 통진당과 선거 연대를 통해 통진당의 국회 진출을 도왔고 '종북 숙주'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문 대표는 소속 의원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사과시키고 당 대표로서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며 "문 대표의 우클릭 행보가 제대로 된 것이라면 그 전의 잘못도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새누리당의 종북몰이 공세가 도를 넘어섰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은 이군현 사무총장, 박대출 대변인, 김진태 의원, 하태경 의원, 심재철 의원에 대해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의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정부여당이 인사무능, 경제실정, 불통정치로 국민의 지지를 상실하자 이성을 잃은 채 국정운영의 파트너인 야당을 종북세력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속셈은 너무도 뻔하다. 낡은 이념논쟁으로 국론을 분열시켜 수세에 몰린 자신들의 처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승용 최고위원도 "새누리당은 전세 값 폭등으로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소가 닭 보듯 하면서 피습 사건에 대해서는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종북몰이, 공안몰이를 들고 나왔다"며 "정작 해야 할 일에는 느리고 나쁜 일에는 참 빠른 한심한 정당"이라고 비판했으며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대테러방지법에 대해서는 '국정원 공작정치 지원법'으로 규정하고 "(대사 피습을) 국내 정치에 악용하려 한다"고 새누리당을 비난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테러를 방지하자는 목적과 취지는 절대 찬성하지만,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테러방지법은 국정원 사찰과 인권침해 행위를 보장해주려는 '국정원 공작정치 지원법'이다"며 "이를 테러방지법으로 위장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대테러방지법에 대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국정원 개혁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며 "일반 폭력 사건도 테러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의 법적 대응 방침에 새누리당은 '정치 희화화'로 규정하고 다시 역공을 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미국 대사 테러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공방이 과열되고 있다"며 "야당이 새누리당 의원들에 대한 법적 대응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자칫 정치권이 웃음거리가 될 수 있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지금은 우리 사회의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미래지향적인 해법이 필요한 때"라며 "이런 상황에서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법적 대응을 운운하는 것은 국민들 보기에 부끄러운 일"이라고 질타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