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통위원장, 나경원 당선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의 장관 내정으로 공석이 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후임자'를 선출하기 위해 26일 치러진 당내 경선에서 3선의 나경원 의원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이날 당내 경선을 실시하기 위해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는 총 158명의 재적의원 중 138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나 의원이 92표를 획득, 43표를 얻은 정두언 의원을 더블스코어 차이로 눌렀다. 두 의원은 17대 국회 동기로 초선 시절부터 개혁 성향의 '푸른모임'에서 함께 활동하는 등 절친한 사이였던 데다 둘다 '스타급' 정치인이어서 당내 경선임에도 그 이상의 주목을 받았다.
원내지도부는 전날까지도 두 의원을 수차례 접촉해 조율에 나섰으나 양측의 출마 의사가 워낙 강해 결국 경선을 하게 됐다. 지난 사흘 남짓 불과했던 선거운동 기간 두 후보는 원내대표 선거를 방불케할 정도로 치열하게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가 1년 남짓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불을 뿜은 셈이다.
양측의 신경전은 정견 발표를 하는 의총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먼저 발언대에 선 정 의원은 나 의원을 겨냥, "양보도 착한 일이지만 그게 다음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어떻게 되겠나. 룰을 깨기 시작하면 평화가 깨지고 모두가 피곤해진다"며 선수, 연장자를 우선하는 '관례'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말 무죄 판결이 확정돼 지난 3년간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부각하며 "10개월간 기도원 생활, 2년반 동안 광야생활 하며 완전 정치적 공백상태였는데 마침 제 순서가 왔다"고 호소했다.
이에 나 의원은 "차제에 상임위원장 선거는 상임위에서 호선으로 하는 것이 상임위 중심 국회로 가는 길"이라며 '관례'를 내세운 정 의원을 반박했다. 이어 "저는 지명직 최고위원, 정책위의장 이야기가 나와도 곁눈질 안하고 외통위원장을 착실히 준비해왔다"며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유치 등 제 외교경험을 쏟아부어 국회와 당에 도움되는 외통위를 만들겠다"고 전문성과 경력을 부각했다. 정 의원은 작년 7·30 재보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던 나 의원의 선거운동을 발 벗고 도왔고, 나 의원은 정 의원이 수감생활을 할 때 면회갈 정도로 돈독한 사이였지만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모습이 펼쳐진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울이 지역구인 두 의원 모두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양보 없는 정면승부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나 의원은 당선 직후 "외교적으로 중요한 시기이고 남북관계도 쉽지 않은 시기인데 외교문제를 정부와 잘 조율하고 경색된 남북문제는 국회가 선제적이고 주도적으로 풀어가는데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최근 새정치연합도 전향적인 태도로 나오는데 10년간 통과되지 못한 북한인권법 문제를 여야가 잘 머리를 맞대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