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원내대표 선거, 이주영, 유승민 점화
다음 달 2일 치러지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전이 4선의 이주영(64) 의원과 3선의 유승민(57) 의원 간 '양강구도' 속에 본격 점화됐다. 이 의원에 이어 유 의원이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출마의 깃발을 올림으로써 앞으로 남은 6일간의 선거전에 불이 댕겨진 것이다. 누가 차기 원내사령탑이 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당·청 관계나 당의 컬러 등에서 적지 않은 스타일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경남 창원마산합포)은 PK(부산·경남), 유 의원(대구 동구을)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기반으로 한 TK(대구·경북) 출신이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이 의원은 이른바 '신박(新朴·새로운 친박근혜)', 유 의원은 '원박(원조 친박)'으로 분류된다. 이 의원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중립을 선언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는 범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됐지만 2012년 대선때 '박근혜 캠프'의 특보단장, 대선기획단장 등을 지내고 최근 해양수산부 장관으로서 세월호 참사 수습에 나서 '신박'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 의원은 2005년 당시 박근혜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내며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후 2007년 대선경선 정책메신지단장을 지내는 등 브레인으로 활동, '원박'으로 분류됐었다. 그러나 할 말을 하는 스타일 등으로 인해 박 대통령과 다소 거리가 생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 이른바 '박심'(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논란이 재연될 수 있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최저치로 떨어진 상황에서 '박심'의 후광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판사 출신으로 원내대표 '4수 도전'에 나선 이 의원은 온화한 성품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경제학 박사로 KDI(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원 출신의 유 의원은 뚜렷한 개성과 주관, 풍부한 정책 아이디어 등이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두 사람은 출마선언문에서 당의 위기를 인식하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내년으로 다가온 20대 총선 승리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의원은 '소통·화합의 아이콘'을, 원 의원은 국정운영과 정치에서 당이 중심에 서야 한다는 점을 각각 강조했다. 당·청 관계에서는 이 의원은 "쓴소리보다 더 강한 것이 옳은 소리"라며 화합 속에서의 소통을 강조했고, 유 의원은 "당헌 8조가 정한 '당과 대통령의 관계'에 가장 충실한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당·청 관계에서 필요시 적극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과 유 의원의 양강구도 속에 '수도권 역할론'을 내건 수도권 중진 의원들의 출마 여부가 주목된다. 비주류인 원유철(4선, 평택갑), 정병국(4선, 여주ㆍ양평ㆍ가평), 친박(친박근혜)의 홍문종(3선,의정부을) 의원은 전날 심야회동에서 후보 단일화 여부를 타진했지만 의견차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원 의원은 회동에서 도와달라며 출마의지를 내비쳤고, 정 의원은 단일화가 안되면 출마를 접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정책위의장 출마도 고려하고 있다. 선거가 불과 엿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양강인 이주영 의원과 유승민 의원 모두 러닝메이트로 나설 정책위의장 후보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전을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은 “누가 국가와 당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겠다”는 것이 아니라 “박대통령과의 관계정립에 어떤가?”가 선거 캣치프레이즈가 되어 좀 씁쓸하다는 반응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