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30대 세무 공무원이 성매매 업소에서 알게 된 여성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를 핑계로
'성 노예 각서'를 작성, 성관계를 강요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남성은 여성이 만나주지 않자 국세청 세무 전산망을 통해 여성의 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성매매 사실을 알리겠다'며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27일 대전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충북의 한 세무서에서
일하는 A(35·8급)씨가 성매매 업소 종업원 B(37·여)씨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12년 겨울. 손님과 종업원으로 만났지만, A씨가 수시로 B씨의 업소를 찾으면서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만큼
가까워졌다.그러다 B씨로부터 사채 이자에 대한 고민을 들은 A씨는 자신이 돈을
빌려 주겠다고 제안했다.
B씨는 2013년 7월부터 최근까지
수차례에 걸쳐 A씨에게 4천여만원을 빌렸고, 매달 원금과 연 40%에 달하는 이자를 갚겠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써줬다. 또 '제때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면 하루 동안 A씨 옆에 있으면서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는 내용의
각서도 작성했다. 이후 A씨는 각서 내용을 빌미로 B씨가 하루라도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성관계를 요구했다.
이렇게 해서 한 달에 6차례나
성관계를 갖는 등 1년 6개월여 동안 26차례 성관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 '평생 노예로 살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라거나 '섬으로 팔려가고 싶으냐,
노예는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며 협박을 일삼았다.이 과정에서 A씨는 국세청
세무 전산망에 접속해 B씨의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관계를 거부하며 만나주지 않자 A씨는 B씨를 상대로 '너의 가족이 어디에 사는지 알고 있다',
'성매매 사실을 가족에게 폭로하겠다'고 겁을 줬다. B씨는 계속되는 A씨의
협박과 성관계 강요에 대한 거부감에 최근 성폭력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았고 경찰에 A씨를 신고했다. B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처벌받는 게 두려워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다"며 "집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려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관계를 맺거나 국세청 세무 전산망에 접속해 B씨의 개인정보를 알아낸 사실 등은
인정했다. 다만 성관계를 강요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와 그의 변호인은 "B씨의 주장대로 갑을 관계는 아니었다"며 "관련 반박
자료를 모두 경찰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또 "여자가 돈을 갚지 않으려고
공무원인 나를 궁지에 몰아 넣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양측의 의견을 모두 듣고 현장 조사까지 마친 경찰은 조만간 A씨에 대해 강요죄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