司試는 ‘희망 사다리
“앞으로 법조인으로 활동하면서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을 실현하고 싶습니다.” 44기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수료한 김동호(25) 씨는 20일 “법 앞에 평등하다고 하지만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대면하는 당사자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법조인, 타인에게는 관용을 베풀면서 스스로에게는 엄격한 법조인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천 출신인 김 씨는 충남 공주 한일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에 들어가 대학교 4학년 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최근 사법연수원 수석 수료생들이 대부분 외국어고나 서울의 강남 8학군 출신인 것과는 사뭇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 친가와 외가를 통틀어 법조인이 된 것도 그가 처음이라고 했다. 김 씨는 그만큼 사법시험이 ‘희망의 사다리’라는 말에 공감했다.
김 씨는 오는 2017년 폐지를 앞두고 있는 사법시험에 대해 “존치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전형이 아직은 불투명하고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객관적 잣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에 비해 사법시험은 특별한 배경을 지니지 않은 사람도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위치에 갈 수 있는 사다리가 된다고 보고 또 그렇게 밑에서 올라와야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나 공감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사법시험과 로스쿨이 공존하면서 경쟁한다면 법률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로스쿨 제도의 정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사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다는 김 씨는 지적 호기심이 강하고 공부 자체를 즐기는 편이라고 했다. 방대한 공부량과 심도 있는 이해를 요구하는 사법시험을 합격한 수재들이 모인 사법연수원에서 당당히 수석을 할 수 있었던 비결도 그런 배움에 대한 욕심 덕분이라고 했다. 김 씨는 “사교육에 많이 투자를 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효과가 있지만, 그 수준을 넘어간 영역에서는 돈을 들인다고 효과가 있는 것 같지 않더라”며 “결국 공부의 성과는 지적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권맑은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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