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전-월세 ‘公正가격’ 출현한다
서울시가 전·월세 주택에 대해 유형별로 ‘공정가격’을 제시할 예정이다. 시세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월세 수요자들에게 적정한 가격을 알려주고, 임대사업자에게는 임대가격의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15일 부동산 업계와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내년부터 자치구별로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등 주택의 유형과 규모에 따라 ‘표준주택’을 정해 전·월세 가격을 공개할 계획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정가격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시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공정시장임대료(Fair Market Rents)’를 도입하면 세입자들이 원하는 가격대의 적정한 집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용되는 대표적인 전·월세 가격지표는 국토교통부의 전·월세 실거래가와 한국감정원의 전·월세전환율 등이다. 하지만 월세의 경우 통계표본이 3000채 정도에 불과해 평균적인 가격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집집마다 상황이 달라 집주인이 부르는 가격이 시세가 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재 제공되는 월세 시세와 달리 신뢰할 수 있는 지역별, 유형별 표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라며 “표준주택의 선정과 임대료 계산 방법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조만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의 공정가격이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격으로 자리 잡으려면 표준주택의 선정과 임대료 산출 방법이 정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월세난이 심각해 집주인이 우위에 있을 경우 세입자들이 이 가격을 제시해봐야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격지표가 짧은 주기로 빨리 제공되지 않으면 실제 시세와 차이가 발생해 세입자들이 활용하기 힘들 것”이라며 “대표성을 면밀히 따져 표준주택과 표준가격을 제시해야 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가 제공하려는 정보보다 더 상세한 전·월세시장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월세의 경우 비슷한 집이라도 보증금을 얼마로 잡느냐에 따라 월세금이 제각각이라 통계관리가 쉽지 않다”며 “지자체별로 필요한 지역에 한해 세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개별 주택에 대한 월세 시세를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더 정확한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7월부터 월세통계 표본을 현재 3000채에서 2만5000채로 늘리고, 지역도 8개 시도에서 전국 시군구 단위로 세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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