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을 계기로 직원들의 억눌렸던 불만도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가장 많은 게 기내식 문제인데 승무원용 기내식을 절반만 싣고, 부족하면 남은 승객용 기내식으로 때우라는 것이다. 대한항공 승객탑승 1시간 전, 각종 화물과 함께 기내식이 실리고 있다. 기내식은 승객과 승무원용으로 구분돼 있는데 포장지 위에 C라고 쓰인 게 승무원 용이다.
다른 항공사들이 승무원 숫자만큼 싣는 것과 달리, 대한항공은 승무원 정원의 50에서 60%에 해당하는 기내식만 싣는다. 대한항공 승무원 이 모씨는 "비용절감이란 이유로 60% 정도를 실어줘요. 예를 들어서 20명이라면 한 12인분 정도..."라고 말했다. 도 다른 대한항공 승무원 김 모 씨도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승객들이 선택하고 남은 종류의 식사(메뉴)가 있잖아요. 그걸 내려보내서 승무원들이 그 남은 걸 취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승객들이 식사를 추가 요구하는 경우가 많을 땐, 승무원들은 온전한 끼니를 때우기 힘들다. "라면이 있든, 개인적으로 가지고 다니는 비상식량이 있든지 간에…주전부리로 그냥 때우는 거예요. 한 끼를...." 한 승무원의 말이다. 직원들의 인터넷 공간에는 "굶었다. 남은 식사 찾아 먹는 것도 싫고 즉석밥도 싫다", "1등석 승객이 남긴 빵을 밥 대신 먹었다"는 자조가 넘쳐나고 있다. 면세품 판매 규정에 대한 불만도 크다.
수하물 업체 실수나 사무착오 등으로 판매수량과 매출이 맞지 않을 경우, 다른 항공사들은 회사 손실로 처리하지만, 대한항공에선 승무원이 100% 보상해야 한다. 회사 측은 해당 승무원의 실명을 공개하고 독촉 이메일까지 보내는데, 월평균 300만 원 가량의 손실을 44명의 승무원들이 개인 돈으로 메우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공식 입장을 보면 "승무원 근무 여건과 관련해서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서, 수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승무원들은 그러나, 거짓 해명으로 일관해 온 회사를 더 이상 신뢰하기 힘들다며 약속 이행 여부를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