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도심 한복판에 있는 아파트에 사는데, 수도요금은 꼬박꼬박 내면서도 8년간 정수도, 수질검사도 하지 않은 지하수를 사용해야 했다면 믿을까? 관리사무소장이 몰래 이런 일을 벌였다는데, 주민들은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 강원도 원주 도심에 있는 한 아파트.
620세대, 2천 명이 넘는 이 아파트 주민들은 오전
한나절 동안은 수돗물을 사용하지 못했다. 당연히 수돗물인 줄 알고 요금도
꼬박꼬박 냈지만 정수도 안 된 비상용 지하수를 써야 했다.
관리사무소 측이 몰래 수돗물을 끊고 지하 물탱크에 받아놓은 지하수를 공급한 것이다.
아파트 지하수의 관. 원래 전시나 화재 시에나 써야 하는 지하수인데, 아파트 관리소장은 아무도 몰래 이 관을 연결해
아침나절 두세 시간 정도 수돗물 대신 지하수를 공급했다. 이 기간이 무려
8년이 넘었다.
수돗물에서 이물질이 나오거나 정수기나 보일러에
이끼가 끼는 등 고장이 잦았지만 주민들은 아파트가 오래돼 그런 줄로만 알았다. 김경로, 아파트 동대표회장은 "이게
보일러 부품 중의 하나인데, 이게 고장이 나서 기술자를 불렀더니 뜯어보고는 지하수 문제로 청태가 낀 것이라고…." 관리사무소는 지자체가 호수별로 설치된 계량기를 확인하지 않고 아파트 단지에 통합 요금을 부과한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런 식으로 주민들에게 수도요금을 받아 가로챈
돈은 적게는 매년 9백만 원부터 많게는 천칠백만 원까지 8년간 7천7백만 원.이 돈은 관리사무소 직원 상여금이나 수당으로 사용됐다.문제가 드러나면서 아파트 관리소장은 지난달 사퇴했고, 주민 요구에 원주시 역시 뒤늦게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민길주, 아파트
동대표는 "정말 용서할 수 없죠. 속았다는 게. 깨끗한 물인지 더러운 물인지
모르고 먹었는데 정말 용서할 수 없어요." 지하수를 수돗물로 둔갑시킨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현대판 봉이 김선달 수법. 주민들은 수질검사도 받지 못한 물을
무려 8년간이나 식수로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