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면서 법안에 담긴 구체적인 규제 내용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법안의 대상이 당초 정부안이 규정한 공직자 외에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까지 포함되면서 대상자가
180만명, 가족까지 포함할 경우 우리 국민의 3분의 1인 1800만명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공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평소처럼 한 일상적인 교류가 형사처벌이나 과태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자리 성격 따라 금품수수 금액 좌우
9일 국회, 권익위원회 등에 따르면 금품수수는 기준이 100만원이다. 금품에는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 등 사용권, 음식물, 주류, 골프 등의 접대 향흥, 교통 숙박 등의 제공, 채무 면제, 취업 등 유형 무형의 경제적 이익이
모두 포함된다. 수수 금액이 1회 100만원, 매 회계연도 누적 300만원을 초과하면 직무연관성이 없어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품 가액의
5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받게 된다. 1회 100만원 이하이면 직무연관성을 따져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기준이 비교적 명료해 보이지만 여기에도 여러가지 복잡한 경우가 발생한다. 가령 공직자 1명을 포함해
10명이 함께한 저녁 식사자리 비용이 120만원이 나왔고 이를 공직자가 아닌 1명이 계산했다면 일반적으로는 공직자 1명이 수수한 금액은 10분의
1인 12만원 정도로 보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이 자리가 공직자를 접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는 해석이 가능하게 되면 공직자가 전체 금액을
수수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다른 예로 언론인 1명이 포함된 4명이 골프와 식사를 하고 비용이 100만원이 넘었다고 하자. 이 경우에도 접대를
한 사람이 언론인을 위해 만든 자리로 판단될 경우에는 전체 금액을 수수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 등 수사 당국의 판단이나 의도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사례가 크게 날 수 있다는 얘기다. 국회 관계자는 "결국 케이스별로 판단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100만원 이하일 때도 직무연관성이 있을 경우에는 과태료
대상이 된다.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해왔던 민원인과의 간단한 식사 자리도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과태료 대상 금액은 시행령에서 정해질
예정이다. 법안에는 원활한 직무수행 등을 목적으로 음식물, 경조사비, 선물 등을 받는 경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에서 과태료를
면제해주도록 했다. 현재 공직자윤리 강령은 식사나 선물은 3만원, 경조사는 5만원을 한도로 한다. 결국 이 법의 대상이 되는 공직자와 그 가족
등 국민 1800만명이 직무연관성이 있는 사람들과의 자리에서는 시행령이 정하는 한도를 넘어서는 접대를 받을 수 없게 되는
셈이다.
◇거의 모든 공적 업무에 부정청탁 적용
가능
부정청탁은 금지하는 업무의 유형을 15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 유형에는 인허가,
면허, 각종 행정 처분, 인사, 시험 관리, 포상, 비밀 준수, 계약, 예산 배정, 각종 거래, 병역 관련 업무, 각종 평가, 행정지도, 단속,
수사, 재판 등 거의 모든 형태의 공적인 업무가 포함된다. 이들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법령을 위반하게
하거나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게 하는 등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청탁 또는 알선 행위를 하면 부정청탁으로 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가령 공무원이 제3자를 통해 인사 담당자에게 자신의 인사를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면 부정청탁이다. 이런 부정청탁을 받고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는 부정청탁을 받았을 경우 청탁을 한 사람에 부정청탁임을 알리고 이를 거절하는 의사를 명확히 해야 한다. 또 이후
동일한 청탁이 들어올 경우에는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부정청탁을 한 사람도 처벌을 받는다. 이해당사자가 아닌 제3자 자격으로 부정청탁을 한 경우 공직자이면
과태료 3000만원 이하, 민간인일 경우는 과태료 2000만원 이하다. 제 3자를 통해 부정청탁을 한 이해당사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받는다. 다만 이해당사자가 직접 청탁을 했을 경우는 과태료가 면제된다. 이것까지 규제할 경우 공공기관과 국민과의 건전한 의사소통이 지나치게
위축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번 법의 적용 예는 다양한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시행전에 케이스별로 구체적으로 지침을 만들 것"이라며 "앞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이 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