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출판기념회서 주장 파문
[류재복 대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망론'이 여의도 정치권에서 확산하고 있다. 여권내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불붙기 시작한 '반기문 대망론'은 3일 반 총장의 측근들이 반 총장의 야권 대선후보 출마 문제를 타진했다는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의 공개주장으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반 총장이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에 오른 가운데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야권내는 물론 여야 전체의 차기 대권구도 자체를 뒤흔들 파괴력이 있는 중대변수가 될 수 있으나, 정치권 내에선 그 신빙성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반 총장 본인의 진의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 여도 야도 미련을 가지며 '반기문 대망론'의 불씨를 이어가는 형국인 셈이다. '반반총장'이라는 말까지 회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좌장 권 상임고문은 이날 국회 헌정관에서 열린 회고록 '순명'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와서 (반 총장이) 새정치연합 쪽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쓰겠다(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고 전했다.
"반 총장이 훌륭한 인물이고 앞으로 국가적으로 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니 당(새정치연합)에서 영입해줬으면 좋겠다"는 측근의 제안에 "반 총장을 존경한다, 그만한 훌륭한 분이 없다"고 화답했다는 것이다. 권 고문은 그 측근이 누구인지에 대해 "이름을 말할 수 없다"고 함구하면서 "반 총장과 교감이 있는 발언이었느냐"는 질문에도 "그건 모르겠다"면서도 "그 분이 측근이란 건 확실하고, 아주 상당히 가까운 사이이며, 진지하게 제안해왔다"고 말했다.
이 측근이 약 6개월전에 권 고문에게 이 같은 의사를 타진한데 이어 최근 또다른 반 총장측 인사 두 명이 비슷한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권 고문은 전했다. 이들 3명 가운데 "한 명은 외국에 있고, 나머지는 한국에 있다"고 했으며, "김숙 전 유엔대사가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그 양반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권 내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나오는데 대해 "이해를 못하겠다"며 "그분들(측근 인사들)이 왔을 때 이미 '여당은 안 가겠다'고 나한테 분명히 이야기했다"고 못박았다. 권 고문은 반 총장에 대해 "직업 외교관으로서 커리어(경력)가 충분히 쌓여있고, 사람이 온건하고, 지금 세계적 지도자로 우뚝 서 있어서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한 뒤 "우리가 영입을 해 경선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 야권 인사는 권 고문이 언급한 측근 그룹에 대해 "개신교 목사, 기업인을 지낸 정치인 출신, 외교관 출신 등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기업인 출신 S씨와 L씨 등 충청권 인사들과 외교관 출신 K, O, P씨 등의 이름이 정치권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권 고문의 폭탄성 발언에 여야 정치권은 술렁이는 가운데 사실관계에 촉각을 세웠다. 여권내 친박측은 일단 "본인이 직접 언급한 것 이외에는 짐작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라고 의미를 축소하는 분위기였다. 한 친박 중진은 "2016년까지 사무총장 임기가 남아 있는데 본인 입장에선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 이런 저런 입장을 내놓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측근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반 총장이 야당과 코드가 맞을 것 같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야권내 유력주자로 거론되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은 이날 권 고문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직후 들른 당 혁신 관련 토론회에서 기자들이 계파문제와 관련된 질문 끝에 권 고문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만 하시죠"라며 답변을 피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