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국제 스포츠 대회가 끝나고 나면 애써 지은 경기장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4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우도 수천억을 들여 짓고 있는 일부 경기장 활용방안이 마땅치 않다. 강원도 강릉시의 공사 현장, 흙을 고르고 땅에 말뚝을 박는 터 다지기 작업이 한창이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위해 아이스하키 경기장 등 3개 빙상 경기장을 짓고 있다. 김익현 현장사무소장은 "약 3% 진행 중에 있습니다. 파일(말뚝 박기)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설계는 철거나 이축이 가능한 건식 철골 구조물로 해서 설계되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중 2개 경기장은 대회를 치른 뒤 철거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길 계획이었기 때문에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려했다는 것이다. 1300억 원이 투입된 스피드 스케이팅장은 워터파크로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회 후 철거하기로 했다.
강원도에만 워터파크가 이미 7곳이나 있기 때문이다. 또, 사업비 1천억 원을 투입한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장은 한 때 대회후 원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했다. 전광표 강원도 동계올림픽추진본부 시설관리담당은 "지은 후에 나중에 이제 원주로 이축을 하겠다 그런 방법인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전 비용만 6백억 원이 넘게 들어 역시 철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알펜시아내 스키점프 관중석을 증축해 이용하려던 개폐회식 장소도 평창 횡계리에 새로 짓기로 해 건설비 4백억 원을 더 부담하게 됐다. 일단 4만 석 규모로 지어놓고 대회가 끝나면 다시 세금을 써 만 5천석 규모로 줄이기로 했지만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국제 스포츠 행사를 치르고 나면 지자체가 빚더미에 올라앉는 경우가 많다. 지난 달에 폐막된 인천아시안게임의 경우 1조 7천억 원을 들여 경기장 17곳을 새로 지었는데 1조 원 이상 빚을 지게 됐고 경기장 활용방안도 마땅치 않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도 경기장 10곳에 1조 8천억원이 투입됐지만 이 가운데 절반은 만성적자 상태다.
덮어놓고 신축할 것이 아니라, 기존 시설을 고쳐쓰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내년에 하계 유니버시아드를 개최하는 광주광역시는 경기 시설 60개 가운데 4개만 새로 짓기로 했다. 덕분에 국민 세금 913억 원을 아낄 수 있었다. 유치 신청 단계부터 철저한 심사도 요구된다.
4천억 원 넘게 투입된 전남 영암의 F1 경기장은 겨우 4년 대회를 치른 뒤 2천억 원 적자를 내고 대회 개최를 포기했다. 국제 대회 유치를 위해 국민세금인 국비를 10억원 이상을 지원받으려면 정부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지나치게 부풀린 사업성이나 경제 효과는 걸러낸 뒤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