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세월호 3법 일괄타결
여야가 약속한 시한 마지막 날인 31일 ‘세월호 3법’을 처리하면서 2015년도 예산안과 법안 처리에도 숨통이 트였다. 여야는 3일부터 예산안과 법안 처리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치열한 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附議)될지 관심이 쏠린다. 새누리당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최대한 반영해 처리시한을 준수하겠다는 확고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가급적 처리 시한은 지키되 문제가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5조 원 정도 예산을 깎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새정치연합의 ‘2015 예산안 심사 방안’ 자료에 따르면 △새마을 사업, 창조경제 사업 등 ‘박근혜 대통령 관심 사업’ △4대강 후속 사업·방산비리·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 관련 사업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특혜 예산 등을 겨냥하겠다는 방침이 드러난다. 또 예산안이 자동 부의된다고 하더라도 졸속 심사된 부분에 대해선 여야가 세밀하게 심의해 예산안 수정안을 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여야는 경제활성화 법안과 민생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각각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자본시장법 개정안(크라우드펀딩 제도 도입) △주택법 개정안(분양가상한제 탄력 운용)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폐지 법안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을 포함한 30개 법안을 경제활성화 법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가계소득 중심 경제성장’을 위한 민생 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생활비 부담은 줄이고 기초소득을 올리며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법안 25개를 9월 정책간담회에서 발표했다. 최근 문제가 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8월 1차 합의 전까지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과 나머지 법안 처리를 연계했다. 이 때문에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많은 민생 법안이 볼모로 붙잡혔다. 하지만 이번엔 ‘일괄처리’는 없을 것이라고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전했다. 쟁점이 없는 법안은 여야가 먼저 처리하는 길을 열어놓겠다는 것이다.
이제 변수는 국정조사다. 예산안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은 4대강 사업, 해외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민생 법안 처리와 국정조사 요구를 연계해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새누리당은 국정조사에 내심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하지만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위해선 4대강 사업 또는 해외 자원외교에 대한 국정조사 문제를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방산비리 문제는 국가기밀 누출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국정조사보다는 검찰 수사로 갈 가능성이 높다.
선거구 개편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구성도 이번 정기국회 쟁점이 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정기국회 중이라도 정개특위를 구성하자는 태도인 반면에 새누리당은 정기국회 이후에 논의하자는 분위기다.
▼ 한발씩 물러난 여야… ‘해경 해체-독립성 보장’ 절충 ▼
靑 재난안전비서관직 신설… 안행부→행자부 명칭 변경
해양경찰청 해체 여부를 놓고 막판에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 ‘세월호 3법 패키지’ 중 가장 난항을 겪었던 정부조직법은 여야가 조금씩 물러서면서 합의점을 찾았다.
우선 정부조직법의 핵심인 해경과 소방방재청은 해체하기로 했다. 이 기능은 신설될 국무총리 산하 국민안전처(장관급) 밑에 해양경비안전본부와 중앙소방본부로 전환된다. 차관급이 본부장을 맡게 될 두 본부는 인사와 예산의 독자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새누리당은 “해경 해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을, 새정치민주연합은 “해경의 독립성 보장”이라는 목적을 어느 정도 절충했다는 평가다. 또 대통령비서실에 재난안전비서관직을 신설해 국민안전처와 유기적인 협조를 구축하도록 했다.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안전처가 신설되면서 현재의 안전행정부는 행정자치부로 이름이 바뀐다”라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선 소방안전세 도입 및 소방공무원의 단계적 국가직 전환에 노력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새정치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은 “당장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소방예산 확보를 위한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 중 일부를 소방안전세로 규정하고, 소방방재 예산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조직법 여야 합의안엔 국무총리 산하 인사혁신처(차관급) 신설이 포함됐다. 정부와 새누리당안이 반영된 것이며 새정치연합은 중앙인사위원회(장관급) 신설을 주장해왔다.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합의함에 따라 국무총리의 역할도 변화된다. 6년 만에 신설되는 사회부총리는 교육부 장관이 겸하면서 교육 문화 복지 고용 등 사회 분야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국무총리는 국정 전반을 챙기면서 국가안전처 등 재난, 안전 분야에 집중한다.
▼ 유가족에 특검 거부권… 배상-보상 문제는 결론못내 ▼
진상조사위에 강력 조사권 부여… 조사 불응땐 과태료 최대 1000만원
세월호 참사 이후 반년 넘게 끌었던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31일 마무리됐다. 합의된 세월호특별법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할 특별조사위원회에 유족들이 요구한 수사권과 기소권 대신 강력한 조사권을 부여하고, 유족 추천 인사에게 위원장을 맡기는 것이 핵심이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배상 및 보상 문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논란이 컸던 특별검사 후보 추천은 유가족에게 ‘거부권’을 주는 선에서 정리됐다. 새누리당이 추천할 특검 후보군 2명에 대해 유가족이 반대 의견을 내면 아예 추천 후보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명시했다.
조사위는 8월 7일 여야 1차 합의대로 모두 17명(여야 각각 5명, 대법원장 및 대한변협 각각 2명, 유가족 3명 추천)으로 구성된다. 조사위 산하에 진상규명, 안전사회, 지원 등 3개 소위원회를 두고 조사위원장은 유족이 선출한 인사가 맡기로 했다. 사무처장을 겸하는 부위원장은 새누리당 추천 인사, 진상규명 소위원장은 새정치연합 추천 인사가 각각 맡기로 했다.
조사위 활동 기간은 최장 1년 9개월이다. 권한은 강화됐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장소와 시설에 대해 현지 조사를 할 수 있고 불응 시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는 동행명령권을 부여한 것이다.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거나 허위로 증언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리는 등 형사처벌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조사위 활동이 시작되면 여야가 다시 대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문회 증인 출석 문제 등으로 조사위원들이 충돌할 수 있기 때문.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치 공세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배상 및 보상 문제도 난관이다. ‘즉시 논의를 실시한다’고 했지만 여야 간 견해차가 첨예하다.
▼ 범죄수익 재산, 피상속인이 몰랐어도 추징 가능해져 ▼
유병언 일가 재산 1291억 몰수 길열려
국회가 진통 끝에 31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유병언법’)에 합의하면서 법안의 내용과 예상되는 파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유병언법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망) 일가의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5월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피상속인 등이 물려받거나 증여받은 재산을 범죄수익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면 추징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관계사들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현행법으로는 이미 자녀 명의로 넘어간 재산은 환수할 수 없다는 점이 알려지자 개정 여론이 일었다. 유 전 회장의 범죄수익 1291억 원 중 실명 재산은 20억 원가량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개정안에는 범죄자의 재산이 범죄수익이라는 사실을 피상속인 등이 몰랐어도 해당 재산을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범죄수익이 헐값에 매각된 때에도 사실상 편법 증여로 간주해 환수할 수 있고, 추징대상에는 ‘범인’뿐 아니라 ‘범인 외의 자’도 포함됐다. 즉, 유 전 회장 명의가 아닌 일가의 재산도 몰수 추징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셈이다.
개정안은 범죄수익 은닉에 대한 처벌이 가볍다는 지적에 따라 징역형의 상한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높였다. 범죄수익을 수수한 행위도 징역형 상한이 3년에서 5년으로 상향 조정됐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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