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김기춘(75) 청와대 비서실장을 늦어도 연말까지 교체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날 "얼마 전까지 비서실장 교체는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확고한 입장이었는데, 최근 들어 기류가 달라졌다"며 "조만간 인사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후임 비서실장 인선과 연말 국회 상황 등 때문에 정확한 교체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939년
생으로 고령인 김 비서실장은 지난해 말 불의의 사고를 당한 장남 문제로 심적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다 올 초부터 경미한 건강 상의 문제까지 겹쳐
박 대통령에게 물러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와 업무 능력 등에서 김
비서실장을 대신할 마땅한 대안이 없었던 박 대통령의 만류로 사의가 반려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비서실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도 신임이지만 실제 김 비서실장만큼 국정을 보좌할 인물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김 비서실장을 교체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여권에서는 청와대가
이미 언론인 출신 기업인 A씨 등을 비밀리에 접촉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또 친박계 원로 정치인 B씨 등의 이름이 자천타천으로 후임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차기 비서실장과 함께 송광용 전 수석의 급작스런 사퇴로 공석이 된 교육문화수석 후임 등의 비서진 소폭
개편안을 함께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비서실장이 송광용 전 수석 인사 실패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다른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김 비서실장을 전폭적으로 신임하고 있으며, 김 비서실장도 여전히 의욕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고 부인했다.
김 비서실장은 지난 해 8월 허태열 전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그는 2007년 대선 경선에서 박 대통령을 지지한 데 이어 2012년 대선에서 친박계 원로 그룹인 '7인회'
소속으로 박 대통령을 지원한 핵심 친박계 인사다. 올 들어 문창극,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사태와 세월호 참사 이후 새누리당에서 김
비서실장을 흔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6월 청와대 2기 참모진 개편 때 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