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인천 아시안게임이 이제 종착역을 향해 치닫고 있다. 국제대회의 성공 여부는 크게
개최국의 성적과 대회 운영 능력, 그리고 관중의 열기 3가지 잣대로 평가된다. 개최국 성적과 관중의 열기는 차치하고라도 일단 대회 운영 능력
면에서 이번 아시안게임은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경기장
곳곳은 '완공된 것이 맞느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허점투성이다. 이번 대회는 주경기장뿐만 아니라 자원봉사, 선수 수송 대책, 통역 등 여러
방면에서 빈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인천 아시안게임 유치가 확정된 날로부터 현재까지 7년 동안 아시안게임 준비 과정을 쭉 지켜본다면 오늘의
사태는 이미 '예견된 실패'였다고 할 수 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은 처음부터 '반칙'으로 시작됐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지난해 발간한 자서전에 따르면 인천시는 지난 2007년 4월 17일
쿠웨이트에서 열린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총회의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당시 유치 희망국들은 프레젠테이션 마지막 부분에
대통령의 육성으로 '정부가 대회를 적극 지지한다'는 말을 넣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당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념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천의 아시안게임 유치가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안상수 전
시장은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송영길 전 시장에게 패배했다. 송영길 전 시장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주경기장 신축 문제였다. 그는 처음엔
신축에 반대했다. 하지만 인천시 서구 주민과 정치인들의 반발이 극심해지자 결국
당초 입장을 바꿔 신축을 결정했다.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의 신축 비용은 4천9백억 원.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하면 2천5백억 원이면 충분했는데
신축하느라 무려 2천4백억 원을 더 들인 것이다.
가뜩이나 재정이
열악했던 인천시로서는 엄청난 부담이었다. 이번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들어간 비용은 150억 원, 총연출을 맡은 장진 감독은 "돈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정말 멋진 장면을 보여줄 수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개회식뿐만 아니라 2천4백억 원이면 이번 대회에서 제기된 여러 가지 문제를 거의
해결하고도 남았다.
그러나 송영길 전 시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낙선했다. 2010년 인천광역시장
선거에서 송영길 후보는 전체 52.69%의 득표율로 당선됐는데 서구에서는 53.71%를 얻었다. 올해 선거에는 전체적으로 48.20%를 얻었는데
서구에서도 48.57%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주경기장 건설이 서구 주민들에게조차도 정치적으로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아시안게임 운영의 두 주체인 인천광역시와
조직위원회 사이에도 긴밀하고 유기적인 협조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심지어 조직위원회 내부에서도 각 파트별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 개회식 총연출을 맡은 장진 감독이 "TV 중계 담당자들과 카메라 리허설을 한차례 밖에 하지 못해서 원하는 순간에 정교한 앵글을 잡지
못했다"고 밝힌 것이 극명한 예다. 실제 개회식의 완성도는 저예산을 감안하면 그런대로 수긍할 만 했는데 TV 카메라 샷이 현장의 감동을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혹평을 면치 못했던 것이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돈'과 '능력' 두 가지가 필수적이다. 만약 돈이 부족하면 능력이라도 프로처럼 뛰어나야 한다. 돈도 부족하고 능력도
아마추어 수준이라면 대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라도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한다. 그런데 '인화'와 '협조', '소통'마저 제대로 되지 않았으니
성공적인 개최를 기대하기는 애초부터 무리였다. 인천 아시안게임은 유치와 준비, 그리고 실제 대회를 운영하는 과정까지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