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부인...세월호 유족 결국 영장
[류재복 대기자]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전 집행부의 대리기사 폭행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일방폭행'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경찰은 폐쇄회로(CC) TV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 지난 17일 0시 40분께 영등포구 여의도 거리에서 세월호 유가족 4명이 대리기사와 싸움을 말리던 행인을 폭행한 확실한 근거를 잡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건 발생 12일 만인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월호 유가족 4명 중 김병권 전 위원장,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 한상철 전 대외협력분과 부위원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이용기 전 장례지원분과 간사는 나머지 3명에 비해 폭행 가담 정도가 가볍다고 판단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키로 했다. 김 전 위원장을 제외한 유가족 3명은 그동안 혐의를 일부 또는 전면 부인해왔다.
특히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은 자신도 행인 중 1명인 정모(35)씨에게 맞아 이가 깨졌다고 주장하며 지난 19일 경찰 출석 당시 전치 4주의 진단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 사안이 세월호 유가족의 일방적인 폭행사건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우관 영등포서 형사과장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리기사와 행인들에 대해 일방적인 폭행을 가했다"며 "이 사건은 전체적으로 일방폭행 사건이지 쌍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 과장은 "폐쇄회로(CC) TV에 폭행 장면이 있는데도 (세월호 유가족들이) 내 얼굴 아니라고 전면 또는 일부 부인하는 등 범행을 부인한 점도 죄질이 중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리기사 등에 대해서는 '사회적 약자'라는 표현을 써가며 피해자임을 강조했다.
김 전 수석부위원장을 때린 혐의로 입건된 정씨에 대해서는 "김 전 수석부위원장이 맞았다고 지목해 일단 입건했지만 혐의가 불명확하다"며 "사람을 때린 사실이 인정돼도 정당방위 차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경찰은 이번 사건을 "약자인 대리기사를 일방폭행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폭행 사건의 경우 피해자와 합의하면 구속을 피할 수 있다. 실제로 유족들은 지난 25일 대질조사 후 상대 측에 합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앞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쌍방폭행'을 주장하면서 대리기사 및 행인들과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 악수(惡手)가 됐다. 대리기사 등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기수 변호사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족 측에서 합의하자는 의향을 전달해 왔다"며 "다만 정씨에 대해서는 사과를 요구해 목격자들의 감정이 상당히 격해졌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김 전 수석부위원장은 넘어져 다친 것이라는 목격자 진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합의할 의사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건 당시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있었던 김현 의원의 신병이 어떻게 처리될지도 관심을 모은다.
김 변호사는 이날 김 의원이 '사건의 발단'이었다며 김 의원을 폭행과 상해의 공모공동정범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전 과장은 "김 의원에 대해서는 다음 달 3일 전까지 경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며 "고발 내용을 포함해서 모든 혐의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우선 검찰에서 방향이 다소 바뀌거나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될 수 있다. 유족들이 일방 폭행을 부인하는 점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도주 우려는 없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한다면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여론의 역풍이 불 수 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다 해도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두고 세월호 유가족들이 여당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폭행사건과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과의 갈등 등으로 대책위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이런 여론이 모인다면 유가족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을 두고 누리꾼들은 "중대한 범죄자도 아닌데 영장 청구를 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혹은 "세월호 유가족이라고 봐주는 것 없이 공정하게 죄질을 따져야 한다"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