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들 솜방망이 처벌하면 가혹행위 사라지지 않아"
[류재복 대기자]
"아들이 공포와 억압에서 죽어갔는데도 아무것도 도와주지 못했던 제가 하늘나라에서 어떻게 아들을 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4월 육군 28사단에서 집단 가혹행위로 사망한 윤모(21) 일병의 아버지 윤모(63)씨는 30일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해 온 추모편지를 읽어내려갔다.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는 군대 내 인권보장을 위한 공동행동 주최로 윤일병을 포함, 군에서 사망한 장병들의 넋을 기리는 '윤 일병과 또 다른 모든 윤 일병을 위한 추모의 밤'이 열렸다.
윤씨는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만 가해자들은 본인들의 극악무도한 행동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군검찰은 여전히 사건을 축소하려고만 한다"며 "재판으로 무엇이 해결되기는 할지, 왜 아들이 이렇게 처참히 억울하게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의문과 고통만이 커져간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들을 솜방망이 처벌하면 앞으로도 군에서 가혹행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범행을 주도한 이 병장을 비롯해 가해자들에게 법률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가장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절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윤 일병의 유족을 비롯해 상관의 지속적인 가혹행위와 성추행 때문에 자살한 15사단 여군 오모 대위, 뇌종양이 방치돼 사망한 11사단 신모 상병의 유족 등 시민 100여명이 참석했다. 시민들은 '입대할 때 모습 그대로 돌려달라', '군인권법 제정하라', '국방감독관제 도입하라' 등의 피켓과 촛불을 들고 군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마음을 보탰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군내 정의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군에 입대한 장병들이 외부의 적을 향해 돌진할 수 있을까"라며 "썩어빠진 곳에 메스를 들이대지 않는다면 계속해 부패한 군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일병 재판에서 가해자들의 유죄 판결을 결코 낙관할 수 없는 만큼 시민들의 힘으로 군을 감시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군사법체계를 전면 개혁하고 국방옴부즈만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