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두달새 급속하락 한국은행 고민심각
원-엔 환율이 최근 두 달 새 빠르게 떨어지면서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엔화에 견준 원화의 강세 흐름에 마땅히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기준금리 인하 외에 찾기 어려운 탓이다. 일부 국외 투자기관들은 앞으로 1년 내 100엔이 800원대에 거래된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원-엔 환율은 1년여간 꾸준히 떨어져 오다, 8월부터는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28일 외환은행 고시 환율을 보면, 8월1일 100엔은 1007.68원에 거래됐으나, 26일엔 958.08원에 거래되고 있다. 두달도 채 되지 않아 50원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원-엔 환율 하락은 여러 가지 요소가 함께 작용한 결과다. 먼저 경기 회복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미국 변수가 크다. 실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 강세 흐름은 완연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집계한 달러인덱스를 보면, 지난 7월 이후 최근까지 주요 6개국 통화에 견준 달러 가치는 6% 가까이 치솟았다.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완화적 통화·재정정책을 2년 가까이 펼치고 있는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추가적인 엔저 정책을 예고하고 있는 것도 원-엔 환율 하락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실장은 “아베노믹스 효과가 약화되면서 일본의 경제 회복 추세가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의 추가적 유동성 확대 정책이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국외 투자은행(IB) 등은 원-엔 환율이 향후 1년 내 800원 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영국 <더 뱅커>지 선정 세계 30대 은행 가운데 9월 중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을 동시 전망한 8곳 은행들이 제시한 내년 3분기 중 원-엔 환율 예측치 평균은 100엔당 887원으로 집계됐다. 현재의 원-엔 환율 하락을 가져오는 원인들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원-엔 환율 하락은 일본 기업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일부 기업의 채산성에 영향을 준다. 원-엔 환율 하락 여파를 가늠할 수 있는 한-일 수출경합도는 2009년 이후 꾸준히 반등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일 수출경합도는 0.501로 사상 처음으로 0.5선을 돌파했다. 한-일 양국의 수출품목 구조가 50%가량 겹친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같은 흐름을 되돌리거나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일본의 엔저 전략에 대한 국제 사회의 여론이 무덤덤하다. 오히려 최근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 회의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지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일본의 엔저 전략을 간접적으로 용인해준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리 인하는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용한다. 25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연 토론회에서 강삼모 동국대 교수(경제학)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려 원화 강세 압력을 상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선뜻 나설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지난 7월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7%(올해 전망치 1.9%)로 제시하는 등 물가 상승폭이 앞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 결정은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추가적으로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 여지를 남겨둔 바 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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