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새누리당 친박계의 물밑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우선 당내 대표적 친박계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 25일 외부 교수를 불러 세미나를 한 데 이어 내달 중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국회로 초청해 '한국 경제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놓고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7·14 전당대회와 7·30 재·보궐선거, 세월호특별법 갈등 국면이 계속되면서 지난 두 달 동안 자제했던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라지만 당내에서 비박계가 약진하는 시기와 겹치면서 그 움직임에 정치적 의미가 실리고 있다. 명목은 공부를 위한 자리지만 전당대회 패배 이래 뚜렷한 구심점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친박계가 최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세 결집을 모색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는 것이다.
이 포럼은 또 7·30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11명의 의원 중 이정현 의원을 비롯해 친박계 의원의 영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친박 맏형'으로 통하는 서청원 최고위원은 꼬박꼬박 포럼에 회비를 내며 사실상 모임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홍문종 의원도 친박 의원을 주축으로 통일·경제 연구 목적의 연구모임을 결성해 내달 중 발족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을 이끄는 유기준 의원이나 사무총장을 지낸 홍 의원은 최근 김무성 대표가 주도하는 혁신위에 대해 "혁신위 구성은 공감대를 얻어서 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던 인물들이다. 이와 관련, 한 친박 중진 의원은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집권 초반인데도 당은 민생을 챙기기보다 권력 투쟁을 벌이는 것 같아 정말 가관"이라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정감사가 끝나면 친박계 의원들 중심으로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친박계가 불만을 품는 데는 김 대표가 친이계 구주류를 포함해 비박계를 하나 둘 중용하면서 결과적으로 당에서 '친박 색채'를 빼고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집권 초만 해도 최경환 의원을 원내대표로 당선시키고, 사무총장과 원내수석부대표 등 주요 당직과 국회직을 꿰차 당을 좌지우지한다는 지적을 받으며 위세를 떨쳤던 친박이다.
그러나 7·14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가 선출된 이후에는 확연히 달라진 흐름에 이제는 '친박계가 몰락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벌써 20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김무성 대표 쪽으로 말을 갈아탄 의원들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친박 그룹에서는 최 경제부총리가 적극적 재정을 골자로 펼치는 '초이노믹스'에 김 대표가 공개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도 잠재적 친박 대권 주자에 대한 견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게다가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보수혁신위원장으로 앉힌 게 '문무 합작'을 통해 '김무성 당'을 만드는 것이라는 의구심이 팽배해지면서 결과적으로 친박계 위기감에 불을 지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