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올해부터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겨울방학이 일찍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학년 말에 접어드는 12월과 2월에 수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여름방학을 줄이고 겨울방학을 늘리자는 취지다. 그러나 매년 2월 초 1년간의 학사일정을 정하는 일선 학교 입장에서는 지난봄에 내려온 '권장' 사항을 당장 시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받은 교육부의 '학기말 교육과정 운영 관련 조치사항 현황' 자료에 따르면, 부산·세종·전북·경남을 제외한 전국 13개 시도교육청은 관내 중·고등학교에 겨울방학 조기 실시를 권장했다. 이는 고3 수능 이후와 중3 기말고사 이후 교육과정이 무리 없이 이뤄지도록 하는 '취약시기 학사운영 정상화 방안'에 따른 조치다.
큰 그림은 중학교의 경우 상급학교 입시와 중3 기말고사를 늦추고 겨울방학은 앞당겨, 기말고사가 끝나면 곧바로 방학이 시작되도록 하는 것이다. 고3은 수능 전 수업을 늘려 수능 이후 수업시수를 적게 한다. 입시 이후나 2월에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꿈·끼 탐색 주간'이나 시도 차원의 학기말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지난 3월 시도교육청으로 보냈고 교육청들은 4월까지 각 학교로 권장했으나, 방학과 기말고사 및 수업시수는 학교장 권한이므로 각 학교에 따라 실제 시행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학교교육과정 편성 과정에 비춰 교육부의 공문 발송 시기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일선 학교는 빠르면 11월, 늦어도 12월부터 의견을 수렴해 2월까지 다음 해 교육과정 운영계획을 짜는데 교육부가 권고가 신학기 시작 이후 내려왔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올해처럼 3~4월에 공문이 내려오면 가뜩이나 바쁜 신학기에 신경 쓸 일이 더 늘어난다" 며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학기 시작 후에 교육과정을 조정하라고 하면 곤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각 시도교육청 역시 교육부 공문이 오더라도 학교 상황을 가늠하면서 권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는 올해의 경우, 10월께 비슷한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