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새누리당은 25일 3선의 나경원 의원과 소설가 복거일씨 등 외부인사 6명을 보수혁신위 위원으로 추가 임명했다. 주류 친박(친박근혜)계 등의 강력한 반발로 홍준표 경남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 내정은 철회했다. 7·14 전당대회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계파갈등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수혁신위 2차 인선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최고위에는 김 대표와 함께 인선을 주도한 김문수 혁신위원장도 참석했다. 복거일·나경원김 위원장은 과거 당의 혁신기구를 이끌었던 인사가 모두 참여한 '드림팀'을 구성해 개혁 드라이브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으로 인선안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대다수 최고위원은 현역 도지사가 서울에서 열리는 혁신위 회의에 꾸준히 참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만류했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김태호 최고위원은 "일부에선 '혁신위가 차기 대권주자들의 놀이터냐'는 비아냥 섞인 비판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친박계 핵심 이정현 최고위원도 비공개 회의에서 "현직 도지사가 혁신 테이블에 참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친박계는 차기 주자들이 대선후보 경선과 총선 공천을 포함한 당 혁신 의제에 손대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자칫 대권경쟁이 조기 점화하면서 집권 중반기에 갓 접어든 박근혜정부의 국정 동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최고위는 현역 도지사를 제외하고 소설가 복거일씨, 문진국 전 한국노총 위원장 등 외부인사 6명과 나 의원을 혁신위원으로 최종 선정했다. 홍, 원 지사는 자문위원 형식으로 논의에 일부 참여한다.
김 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당을 혁신하자고 하는데 계파 안배, 지역 안배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인선안을 강행하지 않고 한발짝 물러선 것을 두고 일각에선 '숨 고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가 최근 청와대·정부 실세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지만, 의사 결정에서는 주변 여론을 충분히 경청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김 대표가 세월호 정국 경색 해소 직후 개헌 이슈 등을 구심점으로 비박(비박근혜) 연합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적잖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