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들, 남한 온 후 체중 늘어 당뇨위험 커"
체중 5% 늘 때 당뇨 전조 대사증후군 위험 9배↑
[류재복 대기자]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영양 공급 개선으로 체중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지만 그
과정에서 당뇨병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신곤 고려대 의대
교수는 25일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과 통일보건의료학회 주최로 열린 '한반도 통일보건의료 연구의 흐름과 미래' 학술회의에 앞서 배포한 발표문에서
"남한에 와 체중이 5% 이상 증가한 북한이탈주민은 체중이 늘지 않은 북한이탈주민보다 대사증후군 위험도가 무려 9배나 높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탈북자 500여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3분의 1가량이 남한에서 체중이 5% 이상 증가했다"며 "영양학적 박탈을 경험한 북한 주민들은 체중이 늘어날 때 보통의 남한
사람보다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에 정착해 체중이 늘어도 평균적인 남한 주민보다 비만율이 적은데도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이미 남한 주민 일반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대사증후군이 당뇨병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임을 고려할 때 현재 탈북민의 대사증후군 유병 규모는 머지않은 시기에 이로 인한 당뇨병의 급격한 증가를 예견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뇨의 전 단계인 대사증후군은 공복 혈당이 정상치보다 높은 상태로 비만, 고지혈증 등의 증세를 동시에
수반하지만 식이 요법과 운동으로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
김
교수는 "당뇨병은 빈곤을 경험한 세대가 갑작스러운 풍요에 처할 때 위험도가 현저히 증가하는 생활 습관병"이라며 "1990년대 성장기에 극심한
기아를 경험한 30∼40대 북한이탈주민의 경우 체증 증가에 따른 발병 위험이 더 크다"고 우려했다. 전우택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은 '한반도 통일과 보건의료의 역할'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문에서 "북한
보건의료의 붕괴로 고통받는 어린이들과 여성들, 노인들이 많다"며 "통일 이후에는 통일 국가의 국민이 될 사람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과
통일보건의료학회는 이날 탈북자 건강 증진과 통일 대비 남북한 보건의료 통합 방안 연구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