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서비스 접근 쉬워져…덤핑 경쟁 따른 질 저하 우려도
[류재복 대기자]
국내에 등록한 변호사가 24일 2만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명으로 계산하면 2천500명당 변호사가 1명, 어린이와 학생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인구 1천명당 변호사 1명 시대가 온 셈이다. 변호사 숫자는 늘었지만 대형로펌 위주의 사건 '쏠림 현상'도 심해지면서 변호사 업계의 명암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 로스쿨 도입 후 폭증…무한 경쟁 내몰려
국내 등록 변호사 수는 2006년 1만명을 돌파한 이후 8년여만에 2만명을 넘어섰다. 1906년 1호 변호사가 탄생한 이후 1만명을 넘기까지 100년이나 걸렸지만, 2만명이 되는 데는 10년도 채 걸리지 않은 것이다. 변호사 수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2009년 문을 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영향이 크다.
사법시험 시절에는 해마다 신규 등록하는 변호사 수가 970명 수준이었지만 2012년 1기 로스쿨생이 졸업하면서 변호사 시장에 새로 나오는 전문인력이 연간 2천명을 넘어섰다. 법률시장이 이처럼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굵직한 사건은 대형로펌에 몰리고 개업 변호사나 중·소형 로폄은 사건 수임에 애를 먹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
과거처럼 변호사 개업만 하면 고소득을 올리는 시대는 지난 것이다. 중소로펌이 집단소송이나 기획소송에 눈을 돌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기업의 법률팀에 취직하거나 공무원 특채로 노리는 경우도 있다.
2012년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개인 사업자로 등록한 변호사 중 연간수입이 2천400만원 이하라고 신고한 변호사 비율이 17.2%에 달했다. 월평균 200만원도 못 버는 변호사 비율은 2009년 14.4%에서 2010년 15.5%, 2011년 16.1%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 쉬워진 변호사 선임…질 저하 우려도
변호사 수가 증가하면서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예전보다는 손쉽게 법률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법률서비스 질이 오히려 저하되거나 사건 수임을 위해 법조브로커가 기승을 부리는 등 부작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비관적 평가도 많다. 서울지역의 한 중소로펌에서 근무하는 한 변호사는 "시민들로서는 법률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쉬워질 수 있다"면서도 "변호사 개인으로서는 괴로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변호사는 "경쟁이 심화하면서 법률서비스 질이 증대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제는 사법시험이라는 통일된 기준으로 변호사 공급이 관리되는 게 아니어서 전반적인 질적 저하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변호사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일부 변호사들의 일탈 행위로 변호사 업계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변호사가 형사사건 등에 연루되는 일도 많아질 것을 우려했다.
또 다른 중소로펌의 변호사도 "변호사 수 증가로 인한 장점은 거의 없다"며 비관적 평가를 내렸다. 그는 "변호사 수가 늘어 저렴한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동의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덤핑으로 인해 저품질의 법률서비스가 공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변호사들 간 수임경쟁이 심해지면서 고질적인 법조 브로커 문제가 더 기승을 부릴 수 있다"면서 "변호사법 위반 사건도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변호사 숫자가 많아지면서 시장 환경이 열악해져 많은 변호사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제는 종전까지 해오던 전통적인 업무 방식에서 벗어나 변호사가 직접 새로운 분야를 찾아나가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