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자극해 국회 더 꼬일까 우려
[류재복 대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세비 반납' 등 대야(對野) 강경 발언 때문에 새누리당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16일 박 대통령의 발언이 아무런 예고 없이 나온 데다 발언의
강도도 메가톤급이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발언이 야당을 자극해 국회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당내 비주류 인사인 이재오 의원은 박 대통령의 '세비
반납' 발언에 대해 "입법부를 흔드는 거다. 세월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도
"야당이 꼬이면 야당이 풀어야 되고, 여당이 꼬이면 청와대가 풀어줘야 한다"며 "쪽박을 깨면 안 된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출구까지
막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협상이란 건 끊임없이 서로 양보를 통해 결실을 이뤄내는 건데 청와대가 이게
마지막이라고 하면 더 이상 정치할 게 없다"고 말했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회의에서 "(대통령이) 국회의원 세비를 반납하라고 한 것은 실제로 해선 안 될 말을 한 것"이라고 했다.
전날 오후 청와대 회동에서 김무성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이번에 밀어붙이면 앞으로 정말 통과시켜야 할
법안을 못 할 수도 있다"고 한 것도 당내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박민식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답답한 심경은 이해해도 참 아쉽다. 청와대에서 보좌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 하느냐"고
적었다.
한 친이계 재선 의원은 "대통령 발언 때문에 앞으로 이완구 원내대표가 협상에서 무슨 얘기를 더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 친박계 당직자도 "대통령이 안 해도 될 말을, 그것도 너무 세게 말했다"고 했다. 지난해에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나온 뒤 이를 새누리당이 수습하느라 애먹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지난해 9월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회담이 실패로 끝나자 박 대통령은 다음 날 "야당이 장외투쟁을 고집하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민주당을 몰아붙였다. 이에 민주당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파행 정국이 더욱 꼬였다. 지난해 연말에도 민주당 양승조·장하나 의원의 발언에 대해 박 대통령이 "도 넘은 과격 발언은 정쟁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해 새누리당이 뒤늦게 두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내는 등 소동을 빚었다.
한 친박계 중진은 "어제 청와대 쪽에 물어보니 대통령이 그렇게 세게 말할 줄
주변에서도 몰랐던 모양이더라"며 "대통령의 발언 스타일이 원래부터 직선적이긴 하지만 국회 운영에 관한 부분은 당 지도부와 사전에 의견 교환을
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