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심위 토론 끝에 결론…항소 포기 때 떠안을 역풍 고려한듯
[류재복 대기자]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기로 했다. 원 전 원장이 국정원법 위반 유죄에 불복해 항소하고 검찰이 선거법 무죄에 항소하면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은 다시 법정에서 유무죄를 가리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17일 공소심의위원회(이하 공심위)를 열어 논의 끝에 원 전 원장 사건을 항소하기로 했다. 공심위에는 윤웅걸 2차장검사와 김동주 공공형사수사부장 등 공안사건 지휘부와 이정회 특별수사팀장, 타부 소속 검사 등 9명이 참석했다.
검찰은 그동안 무죄가 난 사건을 공심위에서 논의할 때 서면으로 회의를 대체하기도 했지만 이번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수사검사와 공안사건 지휘부가 직접 논의했다. 검찰은 항소 포기시 떠안게 될 부담과 사회적 비판, 내부의 반발 등을 의식하면서도 항소시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판결 직후 항소 여부를 바로 밝히지 않았다.
이같은 내부의 복잡한 기류를 반영하듯 회의는 오전 11시 30분에 시작해 오후 4시에야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항소 이유로 통상적인 사건처럼 법리 오해와 양형 부당을 제시했다. 법리적으로 다툴 부분은 공직선거법 무죄와 공소 제기된 트윗과 리트윗에 대한 증거능력이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원 전 원장을 기소할 때 공직선거법 85조1항을 적용해 '선거운동이 금지된 공무원으로서 그 지위를 이용해 낙선 목적 선거운동을 했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원 전 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작업이 공직선거법 85조 1항에서 규정한 '선거운동'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는 해당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한 같은 법 86조를 적용하는 쪽으로 공소장을 변경할지 판단해야 한다. 양형 문제도 1심 재판부가 "원 전 원장의 정치개입 행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죄책이 무겁다"며 국정원법 위반을 유죄로 인정하고도 집행유예를 선고한만큼 항소 이유로 검찰이 내세울 전망이다.
이번 사건의 항소 기한은 18일이지만 구체적인 항소 이유를 적은 항소이유서는 항소심 재판부가 사건을 넘겨받았다고 통지한 뒤 20일 이내에 제출하면 된다. 윤웅걸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증거능력 배척과 무죄 부분, 양형부당으로 항소하기로 했다"며 "공소장 변경 여부는 항소심 때 검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