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구속
동양그룹이 빼돌린 미술품을 대신 팔아준 혐의로 16일 구속된 홍송원(61) 서미갤러리 대표는 검찰의 재벌 비리 수사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인물이다. 홍 대표는 법원이 가압류 절차를 밟기 직전 동양그룹 이혜경(61) 부회장이 빼돌린 미술품 수십 점을 대신 팔아주고, 이 중 2점은 15억여원에 판 뒤 판매대금을 넘겨주지 않은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2011년 오리온 그룹의 비자금 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3년 만에 또다시 철창신세를 지게 된 셈이다.
홍 대표는 그동안 검찰의 재계 수사가 진행될 때마다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의 창구로 거론되며 검찰과 '끈질긴 악연'을 이어 왔다. 주로 소수 상류층을 상대로 고가의 미술품을 취급해 온 홍 대표의 이름이 일반에도 널리 알려진 것은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특검팀의 조사를 받으면서다. 당시 90억원을 호가하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행복한 눈물'을 낙찰받아 삼성에 넘긴 통로로 지목됐다.
삼성 측이 비자금을 이용해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행복한 눈물'은 결국 홍 대표의 소유로 결론났지만 이 사건은 재벌가와 '비밀 거래'를 해 온 홍 대표가 세간에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홍 대표는 그로부터 3년 뒤인 2011년 6월 "그림값을 지급하라"며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과 삼성문화재단을 상대로 50억원의 물품대금 지급 청구소송을 내 또 한번 화제에 올랐다.
홍 대표는 삼성 측과 법정 공방을 벌이다 5개월 뒤인 같은 해 11월 "오해가 풀렸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소를 취하해 '막후 거래'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홍 대표의 재벌가 및 고위층과의 '비리 커넥션'은 계속 됐다. 같은 해 홍 대표는 오리온 그룹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고급빌라 '마크힐스'를 짓는 과정에서 조성한 비자금 40억원을 입금받아 미술품을 거래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사건, 저축은행 비리 사건,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증여세 탈루 사건 등에도 어김없이 연루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작년에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탈세·횡령 수사 과정에서 법인세 30억원을 탈루한 혐의가 드러나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홍 대표가 또다시 재벌 비리와 연루돼 구속되자 미술계는 자칫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지 경계하는 분위기다.
앞서 한국화랑협회는 지난 2012년 임시총회를 열고 서미갤러리에 대해 사실상의 '퇴출'을 의미하는 무기한 권리정지 조처를 내리기로 의결한 바 있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미술 시장이 침체된 상황인데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사람들이 점점 더 미술계를 믿지 못하게 된다"고 우려하며 "(홍 대표가) 미술계 전체인 것처럼 보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는 누구?
홍송원(54) 대표가 운영하는 서울 가회동 서미갤러리는 90년대부터 삼성, 한솔 등 주요 재벌가 미술컬렉션 수집 창구 노릇을 도맡아온 중견화랑이다. 삼성 컬렉션의 ‘맹주’인 홍라희 리움 관장과는 90년대 중반부터 홍 관장이 좋아하는 미니멀리즘 계통의 추상화 명품들을 다수 납품해주면서 인연을 맺었다.
홍 대표는 이화여대 사회체육과 출신으로, 국제 미술품 경매에 관한 한 손꼽는 전문가이며, 재벌가의 인맥 관리에도 정통하다. 애초 전통 옹기 컬렉터로 시작했다가, 80년대 뉴욕 화랑가에서 미니멀 등의 현대미술 사조를 두루 섭렵하면서 화랑주로 변신했다. 국내 화랑가에 90년대 서구 현대미술 명품들을 본격 유입시킨 장본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삼성 컬렉션의 경우, 소문 내지 않고 홍 관장이 선호하는 미니멀 취향의 서구 거장 작품들을 수소문해주어 신뢰관계가 여전히 두텁다고 한다. 홍 대표 본인은 “삼성과 거의 거래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지금도 삼성가의 신작 컬렉션, 가구 수집 등에 관여한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반면, 다른 화랑들과는 소원한 편이다. 90년대 중반 서명 없는 피카소의 복제 판화를 팔았다가 화랑협회에서 제명당했고, 지난해 준회원으로 재가입했다. 일부 컬렉터와 작품 판매를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는 등 잡음도 적지 않았다. 삼성가와의 인연을 질시하는 다른 화상들의 견제도 센 것으로 전해진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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