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삼고초려 끝 낙점…"당의 소중한 자산"
[류재복 대기자]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8년만에 새누리당으로 돌아온다. '김무성 보수혁신위' 위원장 자격으로다. 김 전 지사는 15일 당 혁신위원장 수락 배경에 대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죄인된 심정으로 혁신위원장 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김 전 지사는 "누구를 탓하기 앞서 내 탓이란 자세로 임하겠다"며 "나부터, 새누리당부터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노동운동가에서 보수 정치인, 다시 행정가에서 집권 여당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이어지는 김 전 지사의 정치 궤적은 좌우를 크게 오간 게 사실이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직후 1971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제적당한 후 청계 피복공장 재단보조공으로 노동현장에 투신, 노동운동가로 줄곧 활동해 오다 같은당 이재오 의원과 민중당을 창당하며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제도권 정치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자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는다'며 보수당인 민주자유당에 전격 입당, 민자당 후신인 신한국당 공천으로 1996년 15대 총선에 출마해 본격적인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개혁 보수 성향의 정치인으로서 15대 입성 동기인 이재오 의원과 홍준표 경남지사와 함께 당내 비주류로서 현안마다 목소리를 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차떼기당' 오명을 쓰고 치른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당의 위기 상황에서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최병렬 당시 대표를 비롯한 중진 의원들을 줄줄이 탈락시키는 개혁 공천을 주도했다. 2006년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후 재선에 성공하며 행정가로서 착실한 실무 경험을 쌓기도 했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에는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 이미 대세를 형성한 박근혜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앙금을 남겼다는 설도 있지만 그만큼 현실타협적이지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최근 경기도지사 자리에서 물러난 직후 7·30 재보선 당시 동작을 출마 요구가 나올 당시만 해도 "스스로를 돌아보며 쇄신하는 시간을 갖겠다"면서 고사 입장을 밝혔지만, 결국 몇달을 넘기지 않고 중앙 정치에 스스로 복귀한 셈이 됐다.
당 혁신이라는 과제 자체가 김 전 지사가 상정한 정치권의 근본적 쇄신과 맥이 닿아 있는 데다, 잠재적 대권 후보로 분류되는 그인 만큼 중앙 무대와 지나치게 오래 거리를 두는 것도 부담이라는 현실적 압박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혁신위원장직 수락에는 역시 15대에 같이 국회에 입성한 김 대표가 직접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 대표는 추석 직후 김 전 지사와 직접 만나 당 혁신 작업의 전권을 위임하겠다며 삼고초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의 복귀로 새누리당 유력 '잠룡군' 으로 분류되는 51년생 동기인 김무성 대표와 정몽준 전 의원이 모두 한 무대에서 활동하게 됐다. 잠재적 경쟁자인 김 전 지사를 끌어낸 김무성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 지사는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인물들을 다 불러내 당내에서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당력 배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김 전 지사는 누구보다 개혁에 대한 신망이 두텁고 경험이 많아 최적임자로 점찍어 두고 있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