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당내 거센 반발 속에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와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의 공동 비상대책위원장 카드를 철회했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영입추진 과정에서의 문재인 의원 역할을 놓고서 진실공방으로까지 비화하는 흐름이다. 문 의원이 '이상돈 카드'에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박 위원장측은 이 교수와 안 교수 영입 과정에 박 위원장이 문 의원과 '긴밀히' 상의했으며, 문 의원도 당초에는 '이상돈 카드'에 동의했다가 당내 반발로 후폭풍이 거세지자 태도를 바꿨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박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위원장이 이번 인선 전 과정에 유일하게 상의한 사람이 문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이 교수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위원장과 만난 지난 10일 박 위원장 주선으로 문 의원과 통화한 사실을 전하면서 "내 입장에서는 문 의원도 거기(본인 영입)에 동의했는지 확인해봐야 했다"며 "(문 의원이) 박 위원장을 좀 도와달라는 요지의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의원측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교수가) 비대위원으로는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지만 비대위원장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의 비대위원장 내정 사실이 보도된 11일 문 의원이 무척 당혹해했다는 게 문 의원측 주장이다. 특히 11일 오후 6시께 서울시내 모처에서 박 위원장과 문 의원, 이 교수 간 '3자 회동'이 이뤄진 것을 놓고도 주장이 엇갈렸다. 박 위원장측 일부 인사는 "문 의원이 박 위원장과 함께 이 교수까지 만난 것은 동의를 전제로 한 것 아니냐"며 문 의원이 당내에서 반발이 일자 나중에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도 당시 회동에 대해 "(문 의원이) 잠깐 들러서 덕담수준의 이야기를 했다. 내가 흔들릴까 봐…"라며 "미뤄 짐작건대 문 의원도 나에 대해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가 당내 반발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의원 측 관계자는 "그날 박 위원장이 오후 3시쯤 셋이 만나자고 해서 거절하니 박 위원장이 둘(박 위원장과 문 의원)이라도 보자고 해서 나갔는데 그 자리에 이 교수가 있었다"며 '3자 회동'인 줄 사전에 몰랐다고 반박했다.
문 의원 측 인사들은 "이 교수에 대해선 좋은 분이지만 당내 동의를 받긴 어렵다는 게 문 의원의 일관된 생각이었다"라고 입을 모았다. 당시 박 위원장이 '안경환-이상돈 공동위원장 카드'를 거론하자 문 의원은 "취지는 좋지만 당내 반발이 심해서 이 교수는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정 그렇다면 안 교수를 '원톱' 위원장으로 하고 이 교수는 부위원장이나 비대위원으로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한편, 박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혁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어느 정당이 국민이 신뢰하는 투명한 공천을 할 수 있느냐이고 그것이 다음 총선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며 "그런 면에서 이 교수는 이론도 겸비했고 현실정치 이해도 높은 분이라 이 분을 모셔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영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향후 비대위 구성 문제에 대해서는 "오늘 이야기할 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으나 일각에선 당내 중립적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논의의 연장선에서 한 차례 위원장직을 고사한 '김부겸 카드'도 재부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