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통역' 신부, 강정마을서 경찰에 수모
"관구장 취임 후 회원공동체 방문 통상업무"
[류재복 대기자]
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 때 수행 비서 겸 통역을 맡았던 정제천(57) 신부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 현장에서 경찰에 들려나오는 일이 벌어졌다. 11일 예수회 한국관구에 따르면 신임 관구장인 정 신부는 이날부터 예수회 공동체 공식 순방을 시작했다. 정 신부는 첫 방문지로 제주 강정마을 예수회 '디딤돌 공동체'를 찾아 회원들과 함께 해군기지 반대 활동에 참여했다가 현장에서 경찰에 의해 강제 철수당했다.
예수회 한국관구는 경찰에 들려 나오는 정 신부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지난 1일 한국관구장에 취임한 정 신부는 당분간 예수회원들의 사도직과 공동체를 둘러보면서 회원들과 개별 면담을 할 예정이다. 취임 직후인 지난 2일에는 세월호 참사 유족들의 농성장인 서울 광화문광장을 방문한 바 있다. 예수회는 "관구장은 1년에 한 번은 모든 회원과 면담하게 돼 있으며 새 관구장은 회원 공동체를 방문하는 게 예수회 시스템"이라며 "정 신부의 강정마을 방문도 통상 업무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회원형제들의 사도직 활동에 함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신부는 지난 6월 초 예수회 한국관구장에 임명됐지만 교황 방한과 관련해 중책을 맡아서인지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렸다. 교황 방한 이후 더 많은 관심이 쏠렸지만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취임도 조용히 치렀다. 한국관구 홈페이지를 통해 "여러 수도회, 교구와 함께 협력하면서 복음을 기쁘게 살아가는 교회의 모습을 증거하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취임 소감만 짤막하게 밝혔을 뿐이다.
정 신부는 지난 8월 14∼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기간 내내 교황 곁을 지키면서 빡빡한 일정 관리와 함께 눈과 귀, 입 역할을 도맡아 관심을 모았다. 정 신부는 1990년 예수회에 입회한 뒤 1996년 사제품을 받았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광주 5·18을 계기로 사제의 길로 들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