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14일, 訪美
北의 '통미봉남' 견제, 미국과 대화위해
[류재복 대기자]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변화 속에서 정부가 외교의 방향을 '선제대응'으로 정하고 광폭 행보를 전개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과 일본은 물론 북한까지 공세적 외교전에 가세한 상황에서 자칫 타이밍을 놓칠 경우 국제외교 무대에서의 소외는 물론 예상치 못한 후과에 대비해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적 계산에서다. 북한이 정부의 2차 고위급 회담 제안을 거부하면서 이른바 '통미봉남'전략에 따라 북한내 억류자 문제를 고리로 북·미 직접대화를 시도하려는 시점에서 정부가 최대 우방국인 미국과의 긴밀한 접촉을 하는 것은 그 시작점으로 보인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오는 14일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이에 앞서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예고없이 지난 8∼10일 미국을 다녀온 것은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여기에 '제9차 한·중·일 고위급 회의'를 11일 서울에서 개최한 이유도 한국 주도의 '판'을 깔고 동북아 정세를 리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분석이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첫 미국 방문에 나서는 김 실장은 워싱턴DC에서 미국측 카운터파트인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외교안보 분야 고위 관리 및 전문가들을 연쇄 면담한 뒤 17일 귀국할 예정이다.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지는 동북아 정세를 감안하면 단순한 상견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특히 황 본부장이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만난 뒤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등 인도적 문제에 대해 북한의 전향적인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힌 부분은 주목할 대목이다. 북핵 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 수석대표가 인도적 사안을 특정한 건 혹시나 북·미 접촉이 있더라도 인도적 사안에 국한돼야 한다는 정부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도 읽혀진다.
한·중·일 고위급 회의는 과거사 및 영토갈등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3국의 고위관리들을 한자리에 앉게 했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정부 소식통은 이와 관련, "우리가 주도하는 판을 깔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선제대응식 외교"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일본이 중국에 외무장관 회담을 타진하는 등 오는 11월 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목표로 물밑 조정을 본격화하는 흐름 속에서도 한국의 입지를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 같은 흐름에서 미·일이 지난해부터 비공식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기지 선제타격을 논의했다는 언론보도도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그러나 "일본내에서의 희망일 수는 있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