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협력논의, '제9차' 고위급 회의개최
[류재복 대기자]
한국·중국·일본 3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제9차 한중일 고위급 회의'가 11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에는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晉輔)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이 각국 수석대표로 참석해 그동안의 협력 사업을 평가하고 내년도 3국 협력사업을 논의했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10개월여 만에 열린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그동안 3국 협력이 다소 주춤했던 비정상적 상황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기도 했다. 우리측 대표인 이 차관보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3국 협력은 3국뿐만 아니라 전체 역내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막대한 중요성을 지닌다"며 "역내에서 나타난 3국 협력의 최근 장애물들이 (협력) 프로세스에 얼마간의 비정상을 야기했다는 것은 중대한 우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보는 "오늘의 협의가 다소 지체됐던 3국 협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스기야마 심의관은 "지난 10개월간 고위급 레벨에서 장관급, 정상급까지 면대면으로 만날 수 없었다"면서 "(이번 회의에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정상적인 3국 협력 프로세스로 돌아갈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류전민 부부장도 "경제·무역·환경보호·문화·인적교류에서 3국 협력은 지난 몇 년간 진전해왔지만 동시에 우리의 협력은 어려움과 차질을 겪기도 했다"며 "중국은 한국·일본과 협력을 위해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국가들 간의 정치적 갈등 요인에도 3국 차원의 협력 메커니즘이 동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서는 2년 넘게 열리지 못하고 있는 3국 외교장관회의 및 3국 정상회의 개최 문제 등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대통령과 일본·중국의 총리가 참석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는 경제·문화·인적 교류 등 3국간 긍정적인 협력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지만 중일 외교 갈등 등으로 2012년 5월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일 간 관계 등을 감안할 때 이번 회의에서도 연내 3국 정상회의 개최에 합의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3국 정상회담이 이번 회의의 정식 의제냐는 질문에 "(3국 협력은) 동북아의 공동 번영의 중요 기제"라며 "우리 정부는 3국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서 열린 입장을 갖고 있고 3국 정상회의 개최 여건이 마련될 수 있도록 각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각국 대표들은 이날 회의에 앞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고 3국 협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이번 회의가 "적시에 열린 것"이라고 평가하며 "우리는 또 한 번의 생산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됐고, 앞으로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 측 대표인 이 차관보는 이날 오전 류 부부장과 한중 양자 협의를 갖고 한중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비롯한 양국 관계 발전방안 등을 논의했다. 스기야마 심의관과의 한일 협의는 12일 오전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4차 국장급 협의를 앞두고 일본의 입장 진전 여부가 파악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