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엄벌키로..'합의해도 안 통해'
올해 '정식 재판' 회부 비율 36%로 역대 최고
[류재복 대기자]
지난해 6월 모든 성범죄에 대해 친고죄(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처벌하는 죄) 조항이 폐지된 뒤 가해자들이 대거 정식재판에 넘겨지고 있다. 고소가 취소돼도 기소를 피할 수 없는데다, 과거 같으면 벌금형 구형과 함께 약식기소됐을 사건도 엄벌 기조를 타고 정식재판에 부쳐지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황은영)는 지하철 안에서 여성을 추행한 혐의(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로 ㄱ씨를 지난 2월 구속 기소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지가 명확지 않았지만, 검찰은 지하철 성추행 전력이 세 차례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중밀집장소 추행죄도 과거에는 친고죄였기 때문에 아무리 상습범이라도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했다.
실제로 ㄱ씨는 과거 지하철 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피해자와 합의해 두 차례나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친고죄 폐지로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죄질에 따라 처벌하는 길이 열렸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가 이런 식으로 지하철 상습 성추행범을 정식재판에 넘긴 사례는 올해만 5건이다. 검찰 관계자는 "상습범이라면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경찰관의 목격자 진술서와 폐회로텔레비전(CCTV) 증거만으로 정식재판에 넘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 친고죄가 아니던 성범죄도 친고죄 폐지의 영향을 받고 있다. ㄴ씨는 지난해 의붓딸 ㄷ(17)양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쳐 고소당했다. 하지만 ㄴ씨와 헤어지기 싫은 ㄷ양의 어머니는 경찰 수사 중 합의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고소를 취소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판단해 불구속 상태로 ㄴ씨를 검찰에 넘겼다.
그런데 검찰은 ㄷ양의 처벌 의사를 확인하고 ㄴ씨를 지난 3월 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친족 강간 미수죄는 지난해 6월 이전에도 친고죄가 아니었기 때문에 친고죄 폐지의 직접적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면서도 "미수범이고 합의서가 제출된 점 등을 감안하면 예전에는 약식기소 또는 불구속 기소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엄벌 추세에 따라 구속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조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가 올해 1~7월 성범죄 2000여건의 처리 결과를 집계한 결과, 정식재판 회부 비율은 39.4%에 이른다. 2010년에는 11.2%에 불과했다. 전국 성범죄 사건 중 정식재판에 넘겨진 비율도 2010년 24%였다가 올해 3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13살 미만자 대상 성범죄는 지난해 하루 2.5건꼴로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3살 미만 미성년자 상대 성범죄 접수는 929건으로 2012년(819건)보다 13% 늘었다.